백산OPC, 모건산업에 인수…승화프리텍도 매각 절차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한계기업이 인수ㆍ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올 들어 증시가 살아나면서 우회상장을 노리는 비상장 법인과의 M&A가 늘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모건산업은 백산과 특수관계인 4인으로부터 백산OPC 보통주 627만여주(41.02%)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최대주주는 기존 백산에서 모건산업으로 바뀌게 됐다. 백산OPC는 4년 연속 적자 기업으로 관리종목 지정 등 증시 퇴출 주의보가 내려진 기업이다.
모건산업이 백산OPC를 인수한 금액은 단돈 1만원. 한계기업이라지만 시가총액 299억원짜리 코스닥 상장사가 1만원에 매매된 것은 이례적이다. 모건산업은 대신 백산이 지고 있던 백산OPC에 대한 연대보증채무 276억원과 백산OPC의 특허채무충당금 200억원을 떠안기로 했다. 지난 7일 발행한 백산OPC 전환사채 70억원어치도 인수한다.
시장에서는 모건산업이 백산OPC의 '껍데기'를 통해 증시에 '뒷문 입성'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백산OPC는 레이저프린터와 복사기의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은 업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키코(KICO) 사태로 수백억원대 손실을 입고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환경기자재 제조 설치 업체인 모건산업의 자본금은 지난해 말 기준 2억5000만원으로 당기순이익은 4억원 상당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백산OPC로 모건산업이 증시에 안착할 지 관심을 끈다"고 했다.
사업보고서 미제출 등으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승화프리텍도 서둘러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일 이화컨소시엄과 회생 계획 인가 전 M&A를 위한 투자계약을 맺었다. 컨소시엄에는 이트론 등 6개사가 참여했다.
일부 기업은 M&A를 통해 극적 회생했다. 자본잠식률 50% 이상 사유 탓에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GT&T는 지난 3일 자회사 아이지넷을 흡수합병한 뒤 전날까지 나흘 연속 상한가를 찍었다.
관리종목은 아니지만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영업적자였던 씨그널정보통신은 연예기획사를 인수하며 체질을 탈바꿈 했다. 통신 업체였던 씨그널정보통신은 지난달 송승헌 소속사 '더좋은이엔티', 김현주 소속사 '에스박스미디어' 등 연예기획사를 잇따라 인수했다. 사명도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으로 변경했다. 이에 주가는 연초 대비 전날까지 130%나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의 M&A가 물밑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라며 "코스닥이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는 등 증시가 살아나면서 한계기업을 통한 우회상장이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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