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개 지주, 상위 20위 대손충당금중 42% 차지
대한전선·모뉴엘 사태도 충격 커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 이종희 기자]가뜩이나 저금리·저수익에 시름하는 시중 은행들이 지난해 건설업 부실 채권으로 자산 건전성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전선·모뉴엘 등 제조업 부실 여파도 악영향을 미쳤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3개 지주의 지난해 연결 기준 부실채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건설업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주의 상위 20위 부실채권 대손충당금 총 1조4419억원 중 건설업 비중은 42% 수준이었다. 떼일 가능성이 높은 100원 중 42원을 건설업에 빌려줬다는 의미다.
KB금융의 건설업 리스크가 가장 컸다. KB금융이 건설업 부실으로 입은 손실 규모는 2770억원에 달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도 각각 2300억원, 928억원으로 집계됐다. 건설업에 이어 충당금이 많았던 업종은 조선업(2913억원), 제조업(2569억원), 부동산업(1529억원) 순이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건설업은 (금융지주ㆍ은행 자산건전성 영향과 관련) 취약 업종으로 분류되고 있다"며 "부실화 가능성 등을 감안해 자산 건전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금융지주의 자산건전성을 악화시킨 또 다른 변수는 대한전선, 모뉴엘이었다. 두 회사로 인해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의 상위 20대 부실채권 중 제조업 충당금과 비중은 각각 700억원, 5%p 늘었다.
신한금융은 대한전선에 290억원 규모의 여신을 고정이하여신(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으로 분류해 지난해 6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고정이하여신 상위 1, 3위가 각각 대한전선(1520억원), 모뉴엘(988억원)로 나타났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대한전선, 모뉴엘 부실로 558억원, 535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저금리에 이자수익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특정 한계기업들의 부실로 건전성을 악화됐다"며 "거시(저금리), 미시(한계기업)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한편 지난해 대한전선은 회수할 수 없는 매출채권을 회수 가능한 것처럼 과대평가하는 방식으로 분식회계를 하다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모뉴엘은 수조원대 허위수출로 사기대출을 받은 내용이 드러나 결국 파산했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
이종희 기자 2paper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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