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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해외 기업 쇼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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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필리핀, 기업 인수에만 24억 달러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해외 기업 쇼핑에 적극 나서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영국 스코틀랜드의 스카치 위스키 제조업체 화이트앤드매케이를 4억3000만유로(약 5200억원)에 사들인 필리핀의 브랜디 판매업체 엠퍼레이더가 좋은 예라고 최근 소개했다.

지난해 동남아 기업들의 해외 기업 인수 규모는 686억달러(약 75조5970억원)에 이른다. 유엔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동남아 국가들의 해외 직접 투자(FDI) 규모는 독일의 FDI와 맞먹을 정도로 성장했다.


HSBC은행 홍콩 지점의 아시아 경제 리서치 담당자인 프레데릭 뉴만은 "동남아의 많은 기업이 핵심 기술을 획득해 자체 브랜드로 국내외 시장에서 성장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 기업들의 경우 지난해 추진하거나 완료한 해외 기업 인수 규모가 24억달러에 이른다.

엠퍼레이더는 성장 중인 자국 내 중산층에게 더 많은 제품을 제공하고 해외 시장도 확대할 계획이다. 엠퍼레이더의 윈스턴 코 사장은 "화이트앤드매케이가 50개국에 진출해 있어 엠퍼레이더는 글로벌 규모로 움직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필리핀의 식료품 제조업체 유니버설 로비나는 지난해 뉴질랜드 소재 스낵업체 그리핀스를 5억3200만달러에 인수했다. 필리핀 기업의 인수 규모로는 최대다. 로비나의 마이크 리와나그 부사장은 이와 관련해 "동남아의 핵심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조치"라며 "내수 시장은 너무 좁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태국ㆍ인도네시아ㆍ필리핀ㆍ말레이시아ㆍ싱가포르 등 동남아 5대 경제국이 5.2%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MSCI 동남아 주가 지수는 지난 5년 사이 27% 올랐다.


필리핀은 2013년 처음으로 국제 신용평가업체 피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투자 적격' 등급을 받아 자금조달 비용이 줄었다.


저인플레로 세계 곳곳에서 양적완화가 단행된 덕에 기업은 저금리 대출로 해외 기업을 인수하기가 쉬워졌다. 로비나의 그리핀스 인수도 이렇게 해서 이뤄진 것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동남아의 FDI 규모는 2013년까지 5년 동안 연평균 534억달러를 기록했다. 2004~2008년의 경우 323억달러다.


싱가포르 소재 화차오(華僑)은행은 지난해 홍콩의 잉혼(永亨)은행을 50억달러에 사들였다. 같은 해 말레이시아의 시메다르비그룹은 파푸아뉴기니의 뉴브리튼팜오일을, 인도네시아의 석유회사 PT 메드코 에네르지는 튀니지의 석유 자산을 매입했다.


태국 기업들이 해외로 눈 돌리는 것은 정정 불안과 홍수 피해 때문이다. 올해 1ㆍ4분기 태국 기업들이 추진 중이거나 마무리한 해외 기업 인수 규모는 106억4000만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전체의 배를 웃도는 것이다.


필리핀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빠른 성장 덕에 현금 690억달러를 쌓아놓고 있다. 5년 전의 세 배다. 지난해 필리핀의 FDI는 69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동남아 제5의 경제국인 필리핀의 경제성장률은 10년 전 4.5%에서 이후 연평균 6.3%를 기록했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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