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 불안감에 초과공급 극심…BHP빌리턴 등은 中업체 겨냥해 공급 늘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중국이 호주에서 수입하는 철광석 가격이 t당 50달러선 아래로 떨어졌다. 2008년 가격 통계가 발표된 이후 처음으로 t당 50달러선이 무너진 것이다. 세계 철광석의 3분의 2를 소비하는 중국 경기에 대한 불안감과 글로벌 광산업체간 치킨게임이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 1일(현지시간) 중국 칭다오항 인도분 철광석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3.54% 급락한 t당 49.53달러를 기록했다. 중국 철광석 가격이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던 2011년 2월의 t당 191.70달러의 4분의 1 수준이다.
ICBC 스탠더드 은행의 멜린다 무어 애널리스트는 최근 철광석 가격 하락은 중국 철강산업 경기에 대한 불안을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어는 시기적으로 호주와 브라질의 철광석 생산업체들이 시설 정비 기간을 끝내고 공급을 늘릴 시기여서 단기간에 철광석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철광석 가격 하락이 단순 경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호주의 BHP빌리턴과 리오틴토, 브라질 발레까지 글로벌 3대 철광석 생산업체들은 가격 하락에도 되레 공급량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업체들이 중국 철광석업체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해 공급량을 늘려 가격을 더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가격 급락으로 업계 전체가 어려워지자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죽이려는 치킨게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중국 경제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앤디 시에 전(前) 모건스탠리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지난달 초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경쟁력이 약한 중국 일부 업체들이 퇴출돼야 철광석 가격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경기 둔화도 문제지만 과잉 공급도 철광석 가격 하락의 원인이라는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실제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올해 초 보고서에서 세계 철광석 초과 공급량이 올해 3500만t에서 2018년 2억t 이상으로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에는 중국 일부 업체들이 퇴출돼 시장 수급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철광석 가격이 t당 30달러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일본 최대 철강업체인 신일본제철은 올해 2분기 조강 생산량을 10% 가량 줄이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보도했다. 신일본제철은 올해 1분기 1100만t 규모였던 조강 생산량을 2분기에 1000만t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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