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美 컬렉터 기증 '덕종어보'의 귀환…"반환 모범사례"

시계아이콘01분 53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美 컬렉터 기증 '덕종어보'의 귀환…"반환 모범사례" 1일 덕종어보 반환식에 자리한 나선화 문화재청장과 기증자 외손자인 프랭크 베일리씨, 킴멀리 로어샥 시애틀미술관장.(왼쪽부터)
AD


美 컬렉터 기증 '덕종어보'의 귀환…"반환 모범사례" 덕종어보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미국 시애틀에서 덕종어보가 돌아왔다. 이 어보는 조선 제9대 임금 성종이 부친인 덕종을 기리기 위해 만든 인장이다. 덕종어보가 해외로 반출된 경위는 알 수 없지만, 다행히 한 고미술 수집가의 기증으로 미술관에서 52년간 보관해 오다 이번에 고국의 품으로 귀환하게 된 것.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유물 조사와 반환 요청이 있었고, 미술관과 기증자 유족 측이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이뤄진 어보 반환은 앞으로 불법 유출 문화재 반환에 모범사례가 될 것이란 평이다.


1일 오후 2시 서울 경복궁 고궁박물관에서 '덕종어보 반환식'이 열렸다. 이 행사에는 그동안 덕종어보를 소장하고 있던 시애틀미술관의 킴멀리 로어샥(Kimerly Rorschach) 관장과 고인이 된 기증자의 외손자인 프랑크 베일리(Frank Bayley)씨가 참석했다.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로어샥 관장과 반환 체결식을 가졌고, 베일리씨에게는 감사패를 전달했다.

돌아온 덕종어보는 위엄있고 단정한 모습의 거북뉴(龜紐, 거북 모양의 어보 손잡이)가 사각 인판(印板, 도장 몸체) 위에 안정감 있게 자리 잡고 있으며, 거북의 눈과 코, 입 등이 사실적으로 표현돼 있다. 거북은 어보에서 자주 사용됐던 형상이다. 보문(寶文)은 6자로 '溫文懿敬王之寶'(온문 의경왕의 어보라는 뜻)라고 새겨져 있다. 더불어 어보를 잡기 편하게 하면서도 장식성을 더한 끈인 보수(寶綬)가 달려 있다. 지난 2008년 서울시 중요무형문화재인 김은영 매듭장이 제작한 것이다. 전체 무게 4.45kg에 사각 인판은 가로, 세로 각각 10cm 크기다. 덕종은 세조의 장남이자 성종의 아버지로, 1455년 세자에 책봉됐으나 병약해 20세에 요절했다. 성종은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덕종을 왕으로 추존하기 위해 이 어보를 제작했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종묘 영녕전 책보록'에 따르면 1471년 제작된 이 어보가 1943년까지 종묘에 보관돼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덕종어보가 반환되기까지는 한국문화재에 대한 기증자 유족들의 협조가 큰 몫을 했다. 우선 시애틀미술관에 덕종어보가 소장되기까진 고미술 수집가인 고(故) 토마스 스팀슨(Mrs. Thomas D. Stimson) 여사의 기증이 있었다. 스팀슨 여사가 생전 30여년간 수집한 예술품은 100여 점으로, 이 중 덕종어보는 그가 1962년 뉴욕의 한 아트딜러에게 구입해 이듬 해 기증한 작품이다. 베일리씨는 "1931년 외할아버지가 비행기 사고로 돌아가신 후 외할머니는 외할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시애틀에 새로운 박물관이 설립되고 있을 당시 자신의 컬렉션을 기증키로 마음먹었다"며 "외할머니는 송나라 회화와 도자기, 고려청자와 백자 등 관심이 많으셨다. 그리고 기증은 또 하나의 문화재 복구라 여기셨는데, 이번 반환을 두고 매우 흡족해 하셨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외할머니의 영향을 받은 베일리씨 역시 한국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그동안 한국에 25차례 방문했던 그는 한미상공회의소 회장을 역임하며 한미경제 우호협력을 위해서도 일해 왔었다. 또한 어보에 달려있는 끈인 보수 역시 그의 후원으로 만들어졌다. 베일리씨는 "인장 뒤에 뚫려 있는 구멍이 어떤 용도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한국에 있을 때 다른 왕실 인장들을 봐왔고, 빨간 끈이 매달린 것을 확인했다.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한국인 매듭장인에게 부탁해 과거의 모습을 재현하려 했다"고 했다.


문화재청과 미술관 측의 반환협조 과정에 대해 로어샥 관장은 "당시 한국의 국립문화재연구소 조사단이 덕종어보를 보러 왔을 땐 미술관 관장으로 온 지 2년 반 정도 밖에 안됐을 때였다. 이 유물이 왕실인장이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며 "조사단의 설명을 통해 이 어보가 갖는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알게 된 이후, 어보를 반환해야 한다는 입장에 미술관 이사회를 비롯해 대다수의 관계자들이 동조했다"고 설명했다.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덕종어보를 통해 성종의 아버지에 대한 지극한 효심 뿐 아니라 유교국가 조선의 정신문화를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다"며 "한국과 미국은 문화재 환수에 있어 합법적인 수사공조에 따른 반환에 이어 아름다운 기증으로 반환되는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었다. 앞으로 유럽과 일본에 남아있는 문화재 반환에도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