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살인' 낙인 영남제분은 한탑으로…현대피앤씨도 현대페인트로 바꿔
[아시아경제 김은지 기자] 최근 상장폐지 위기를 겪었던 기업들이 잇달아 사명을 변경하며 이미지 쇄신에 나서고 있다. 기업의 이름만 바뀐 것 뿐, 실적이나 실체는 그대로 인 만큼 투자자들을 기만하는 행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사명을 자주 변경하는 기업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영남제분은 지난 27일 주주총회에서 '한탑'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영남제분이 "기존의 사명이 업종 제한적이었다"며 변경 이유를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평판리스크 해소 차원으로 보고 있다.
영남제분은 2013년 5월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기업이다. 당시 이 사건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영남제분을 향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삽시간에 불매운동으로 번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건 수사 과정에서 류원기 회장의 77억원 횡령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따라 영남제분은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위해 한달이 넘는 시간 동안 거래가 정지됐다. 이후 상장 적격성을 인정받아 거래가 재개되기는 했지만 이미 회사의 이미지는 바닥까지 추락했다.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청부살인 사건이 알려지기 전 2740원이던 영남제분의 주가는 언론 보도 후 한달 만에 27% 하락했다. 류 회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지난해 2월7일에는 1485원까지 추락해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이후 주가를 다소 회복했지만 지난 30일 현재 1930원 선에 머물고 있다.
실적에도 큰 타격을 받았다. 영남제분은 2013년 영업손실 1억4700만원으로 적자전환했고 지난해에도 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커졌다. 결국 지난해 말 류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평판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지난해 8월 현대페인트도 이미지 쇄신을 위해 사명을 변경했다. 현대피앤씨에서 현대페인트로 상호를 바꾼 것. 현대페인트는 2013년 당시 최규선 전 대표이사의 횡령·배임으로 상장폐지 위기를 겪으면서 9개월간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거래 재개 후 5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곧 주가는 다시 떨어졌다. 거래 정지 전 6200원 선에 머물던 현대페인트 주가는 30일 기준 2655원으로 57% 가량 빠졌다.
부진한 실적을 가리기 위한 사명 변경을 하는 기업도 있다.
모바일 주변기기를 만드는 로켓모바일은 지난해 3월 다스텍에서 플레이텍으로 사명
을 변경한 후 올 초 다시 로켓모바일로 사명을 바꿨다. 이는 부진한 실적에서 기인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71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해 2년 연속 적자를 봤다.
2011년부터 적자를 기록한 리젠은 지난 5년간 5번이나 사명을 바꿨지만 실적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영진코퍼레이션·위즈코프·엔알케이 등도 마찬가지다.
사명 변경은 이미지나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들의 '고육지책'에 불과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명을 자주 바꾸는 기업의 대다수는 이미지 변화를 목표로 내세우지만 사명을 변경한다고 해서 회사의 이미지가 쉽게 바뀌는 것은 아니다"며 "평판리스크가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투자자들은 자주 사명을 변경하는 기업의 실적과 평판에 신경을 써야한다"고 조언했다.
김은지 기자 eunj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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