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두산그룹은 왜 ‘WHY 캠페인’을 벌이는가.
WHY 캠페인은 업무를 지시하는 상사가 그 이유를 설명하고 지시받는 사람은 업무를 왜 시키는지 물어보자는 내용이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WHY 캠페인을 하는 배경에 대해 “시키는 사람이 현명하게 ‘왜’를 설명해주고 밑의 사람들은 지시를 받았을 때 ‘왜요?’라고 물어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면 쓸데없는 일이 줄어들고 업무 예측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왜’를 뚜렷이 밝히거나 확인하지 않은 채 업무지시가 내려지면 필요하지 않은 일이 추가될 수 있다는 말이다.
박 회장은 최근 간행된 가톨릭다이제스트(4월호)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예를 들었다.
“제가 계열사에 ‘6개월간 현금매출하고 외상매출 뽑아서 가져와 봐’ 지시를 했다고 해봐요. 저는 12개 숫자만 요구한 거 아닙니까?”
이어 이렇게 업무를 왜 지시하는지 밝히지 않으면 어떤 일이 생길 수 있는지 설명했다.
“계열사 사장이 앉아서 의논을 하는 거예요. ‘회장이 지난 6개월치 매출을 보자는데 무슨 의도일까?’ 부사장이 있다가 ‘사장님, 두 가지 말고 외상 매입금도 넣고 시장점유율도 넣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말하고) 전무가 옆에서 ‘6개월이 아니라 지난 2년 치를 뽑아서 보내시죠’ (하고) 옆에 상무가 ‘예측치도 보내면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차장, 과장한테까지 가는 동안 이것도 해봐 저것도 해봐 하면서 나는 12개 숫자를 요구했는데 (보고할 수치가) 300개로 늘어나 (실무자들은) 일주일을 야근하는 겁니다.”
박 회장은 “나는 (보고를 받은 뒤) 첫 장만 북 찢고는 ‘이거면 됐어, 가져가요’ 그러면 나머지는 직원들이 다 뭐 한거냐고요”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경기가 나쁜데 왜 그 계열사는 성적이 좋지?”라며 “외상으로 막 밀어내는 거 아니야?”라고 자료가 궁금한 이유를 밝히고 12개 수치를 요구했다면 업무가 위와 같이 확장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박 회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WHY 캠페인은 미국 밥캣을 인수한 후 조직문화 발전을 위해 시작했다고 밝혔다. 전체 직원 4만3000명 중 외국인이 2만1000명을 차지하게 돼 소통이 더욱 중요해졌고 이를 위해 ‘왜’를 분명히 하자고 강조하게 됐다는 것이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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