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미국 시애틀미술관이 소장해온 '덕종어보' 반환식이 다음달 1일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다. 반환식에는 로르샤흐 시애틀미술관 관장과 기증자 유족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어보(御寶)는 조선 왕실에서 국왕이나 왕비 등의 존호(尊號, 덕을 기리는 칭호)를 올릴 때 의례용으로 제작한 도장이다. 덕종은 세조의 장남이자 성종의 아버지로, 왕으로 추존되기 전 의경세자(懿敬世子)로 불렸으며, 1455년 세자에 책봉됐으나 병약해 20세에 요절했다. 덕종어보는 1471년 조선 제9대 임금 성종이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를 기리며 '온문 의경왕'(溫文 懿敬王)이라는 존호를 올리기 위해 제작한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종묘 영녕전 책보록'에 따르면 1943년까지 종묘에 보관돼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번에 반환된 덕종어보는 시애틀미술관의 이사이자 후원자인 고(故) 스팀슨 여사(Mrs. Thomas D. Stimson)가 1962년 미국 뉴욕에서 구입해 이듬해 시애틀미술관에 기증한 것이다. 문화재청은 어보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국외에 반출될 수 없는 유물이란 점을 들어 지난해 7월부터 시애틀미술관 측에 반환을 요청했다. 이에 미술관도 화답해 협상에 참여해 오며 이사회와 기증자 유족의 승인을 얻은 뒤 그해 11월 반환에 합의했다. 키멀리 로르샤흐 시애틀미술관장(Kimerly Rorschach·여·59)은 "덕종어보의 역사와 시애틀로 오게 된 경위를 이해하기 위해 신중하게 연구했다"며 "덕종어보를 한국에 반환하는 것이 매우 적절하며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한국 정부 주최로 개최될 이번 행사에서 덕종어보를 반환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덕종어보에는 위엄있고 단정한 모습의 거북뉴(龜紐, 거북 모양의 어보 손잡이)가 사각 인판(印板, 도장 몸체) 위에 안정감 있게 자리 잡고 있으며, 거북의 눈과 코, 입 등이 사실적으로 표현돼 있다. 거북은 어보에서 자주 사용됐던 형상이다. 보문(寶文)은 6자로 '溫文懿敬王之寶'(온문 의경왕의 어보라는 뜻)라고 새겨져 있다. 더불어 어보를 잡기 편하게 하면서도 장식성을 더한 끈인 보수(寶綬)가 달려 있다. 지난 2008년 서울시 중요무형문화재인 김은영 매듭장이 제작한 것이다. 보수 제작은 스팀슨 여사의 외손자가 후원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9월 한미 공조를 통해 압수된 '문정왕후어보'와 '현종어보'도 연내까지 환수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이 두 점에 대해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가 수사를 벌이는 중이다. 이 어보들은 고미술 수집가인 로버트 무어씨(85)가 사들인 것으로, 이 중 문정왕후어보는 로스앤젤레스카운티박물관(LACMA)에서 소장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이 두 점을 모두 돌려받은 후 덕종어보와 함께 총 세 점의 어보를 특별전 형식으로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한편 조선시대 어보는 300여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고궁박물관에 대다수가 소장돼 있으며, 40여점은 분실된 상태다. 지난해 5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방한에 맞춰 국내로 반환된 '수강태황제보'(壽康太皇帝寶)와 함께 이번에 되찾은 덕종어보를 합하면 총 2점을 돌려받은 셈이다. 수강태황제보는 순종이 고종에게 '수강(壽康)'이란 존호를 올리면서 제작한 어보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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