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구글글래스'에 집중한 구글…VR시장 본격 출사표
글로벌 IT기업들, VR시장 생태계 구축 본격화
"VR시장 초기…이용 가능 콘텐츠 수가 경쟁력 결정지어"
[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 결혼을 앞 둔 예비신부 박 모 씨(29씨)는 신혼여행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유럽, 동남아시아, 멕시코를 염두에 두고 여행사와 상담도하고, 인터넷으로 정보 수집도 해보지만 선 듯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각종 경험담과 후기, 사진이나 동영상만으로는 어떤 여행이 될 지 '상상'에 맡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미리 맛보기로 가보고 결정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황당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박씨의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기술이 가상현실(VR)이다. 가상현실은 실제 현실 속의 시각정보 대신 가상의 공간의 시각정보를 사용자의 육안에 비추는 것이다. 동영상, TV 등 기존 미디어에서 이용자가 수동적이었다면 기어 VR이 작동하는 현실에서 이용자는 능동적이다. 직접 현장에 있는 듯한 경험을 이용자에게 전해준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기존 사업 분야의 경계를 넘어 글로벌 IT기업들이 VR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의 스마트 기기 운영체제(OS) 점유율을 가진 구글은 VR용 OS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360도 카메라로 촬영한 동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해 VR시장 진입을 본격적으로 알렸다.
구글이 유튜브에 추가한 360도 동영상 업로드 기능은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의 화면을 볼 수 있도록 한다. 지금까지의 동영상이 모두 촬영된 '한 방향'으로만 볼 수 있었다면 이제는 옆모습과 뒷모습, 위·아래까지 다양한 각도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영상은 촬영자 주위의 모든 사물을 기록하는 코닥의 픽스프로 SP360, 버블캠, 자이롭틱 360캠 등 전문 장치를 이용해 촬영된다.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된 영상을 시청자가 마음대로 움직이며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차세대 단말기 사업으로 지난 2012년부터 '구글글래스' 개발에만 총력을 기울였던 구글의 이같은 행보는 큰 의미를 갖는다. 이 공룡 기업이 VR 시장의 가능성을 보았고, 이 시장의 생태계 구축을 본격화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VR산업은 초기단계에 있지만 대중화되면 하나의 산업을 넘어 '가상현실'이라는 새로운 생태계가 생기면서 문화까지 바뀔 수 있다"며 "잠재력이 큰 생태계라 관련 업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으며 대중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유통회사 테스코에서도 가상 매장을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한편 구글이 VR용 OS를 개발해 이를 제조사들에게 제공한다면 오큘러스VR을 인수한 페이스북이나 기어VR을 밀고 있는 삼성전자는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KT경제경영연구소 '디지에코'는 최근 게재한 '동향 브리핑'을 통해 "가상현실 단말 시장이 초기라는 점에서 이용 가능한 콘텐츠 수가 단말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구글이 안드로이드 전용 OS를 배포하고 유튜브의 360도 콘텐츠를 자사 OS 기반 가상현실 단말로만 제공한다면 삼성전자 등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고 전했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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