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의 조사를 받고 있는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이 비리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사업으로 최근까지 매출을 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본지가 입수한 군내부 문건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해 9월 공군의 전자방해 훈련장비(EWTS) 기술지원 명목으로 53만달러(약 5억9000만원) 상당의 계약을 방위사업청과 체결했다. 2013년 7월과 지난해 12월에는 해군의 공기부양정 무레나(Murena)의 부품 조달을 위해 각각 223만 4156달러(약 25억1000만원ㆍ부품수 69건)와 317만 528달러(약 37억 5000만원ㆍ173건) 계약을 성사시켰다.
합수단은 2009년 공군 EWTS납품 과정에서 대금을 부풀려 정부 예산을 가로챈 혐의(특경가법상 사기)로 12일 이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혐의를 받고 있는 사업으로 매출을 꾸준히 올렸던 셈이다.
이 회장은 5100만 달러(약 570억원) 규모인 EWTS 사업비를 9600만 달러(약 1000억원)로 부풀려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방위사업청에서 4600만 달러를 더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터키 하벨산사와 방위사업청 사이에서 EWTS 도입을 중개하면서 하벨산사의 하청을 받은 SK C&C가 일광공영 계열사에 재하청을 주도록 해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사업비를 부풀린 것으로 합수단은 보고 있다. 실제 재하청을 따낸 일광 계열사들은 전혀 공군 EWTS 관련 연구개발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한국과 러시아가 경제협력차관 상환사업인 '불곰사업'(2차ㆍ2003∼2006년)을 통해 2005년부터 도입한 무레나의 수리부품 도입사업도 진행했다. 이 회장은 2013년 7월과 지난해 12월 모두 수의계약을 통해 총 62여억원에 달하는 수리부품 한도액 계약을 체결했다. 한도액 계약은 총 사업비 내에서 계약 횟수나 금액을 해마다 상황에 따라 정할 수 있다.
불곰사업은 이 회장이 무기중개업자로 급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 사업이다. 당시 이 회장은 휴대용 대전차유도미사일 METIS-M과 무레나 등 3억1000만 달러규모의 무기사업을 중개했다. 러시아 업체들이 지급한 수수료만 2387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광공영의 거래실적은 2012년까지 1471억원으로 매출액으로 업계 4번째로 손꼽힌다. 2013년과 2014년 EWTS과 무레나 후속지원 등으로 사업으로 매출이 꾸준히 상승했을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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