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한 준장 출신 계열사 임원에도 영장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거물 로비스트' 이태규 일광공영 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합수단은 12일 오후 10시30분께 이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합수단이 이 회장에게 적용할 혐의는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납품 관련 사기 혐의다.
합수단에 따르면 이 회장은 1300억원대 EWTS 도입 사업에서 2002년 터키 하벨산사와 계약을 맺고 이를 중개해 하며 납품대금을 부풀려 돈을 빼돌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합수단은 터키업체 하벨산사가 방위사업청에 이 장비를 납품할 때 일광공영이 중개하며 부정한 돈을 챙긴 것으로 보고있다. 부속품을 연구개발해 장비 성능을 높여서 방사청에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약 4600만달러(460억원)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또 합수단은 장비성능을 높이자는 제안도 일광공영 측에서 한 것으로 보고있다. 이 회장이 국내 협력업체로 SKC&C가 맡아 연구하라고 내세운 다음, 이를 일광공영 계열사인 솔브레인과 일진하이테크가 재하청을 받는 방식이다.
합수단은 이날 이 회장과 납품대금을 부풀려 가로챈 혐의로 계열사 임원 조모씨도 체포해 조사 중이다. 또 일광 계열사 대표인 자녀들도 소환할 예정이다.
합수단은 일광공영이 체결한 사업의 계약서와 회계자료 등을 통해 이 회장과 일광공영이 EWTS 도입 과정에서 장비 가격을 어떤 식으로 부풀렸는지 집중 수사할 전망이다.
또 방사청과 납품계약을 맺은 하벨산과 이 사건에서 일광 그룹 계열사에게 재하청을 해준 SKC&C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날 합수단은 이 회장과 공모해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대금을 부풀린 혐의로 예비역 준장인 SK C&C 전 상무 권모(60)씨에 대해서도 특경가법 사기 혐의로 함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SKC&C 관계자는 "일광 계열사 고문으로 갔다 현재 구속영장이 청구된 권씨는 SKC&C 사람이라 할 수 없고, SKC&C는 검찰 수사를 돕는 입장이지 납품 대금 부풀리기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 회장은 러시아 무기생산업체들의 에이전트로 활동하며 수백억대 수수료를 받는 등 '거물급' 방산중개업자로 알려져 있다. 2000년부터 '불곰사업'로비스트로 활동해 수십억대 수수료를 챙겼다. 그는 이 과정에서 교회를 활용해 조세포탈을 시도하다 징역 3년·집행유예4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 회장은 또 최근 연예 기획 계열사 소속 일광폴라리스 소속 클라라씨와 주고받은 문자로 구설에 오르기도 한 인물이다. 클라라씨는 이 회장에게 성적수치심을 느꼈다며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방법에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