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C의 삼성 경계감 "거대한 기업, 그러나 이익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애플은 극찬 "브랜드 이상의 가치를 지닌 회사…기기-사람 연결 탁월"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대만 스마트폰 제조사 HTC가 삼성전자, 샤오미 등 제조사들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반면 애플에 대해서는 극찬을 쏟아냈다. 일각에서는 HTC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씨넷, 폰아레나 등 정보기술(IT) 전문매체들에 따르면 HTC의 마케팅 담당자 이드리스 무티는 최근 미국의 광고전문지 '어드버타이징 에이지'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는 거대한 기업"이라면서도 "하지만 이익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 급성장을 기록하며 중국시장 1위를 탈환한 샤오미에 대해서는 "우리의 경쟁자가 아니다"라며 "중국에서는 전략이 통했지만 미국에서는 성공이 이어지지 않을 이유가 많다"고 강조했다. 샤오미의 저가전략이 장기적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반면 애플에 대해서는 "브랜드 이상의 가치를 가진 회사"라며 "디지털 기기와 사람을 연결하는 데 누구보다도 최고다"라고 극찬을 쏟아냈다. 또 지난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5에서 HTC가 공개한 플래그십 모델 '원(One) M9'을 언급하며 "애플과 비슷한 전략으로 M9을 출시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HTC의 독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해 초에도 회사 존폐 위기에 몰리면서 인터뷰를 통해 "갤럭시S5는 싸구려 플라스틱 조각"이라며 "삼성전자는 제품 광고에만 투자하지만 HTC는 고객 만족을 위해 아름다움을 만든다"고 삼성을 깎아내린 바 있다.
중국계 스마트폰 공세의 맏형 역할을 했던 HTC는 실적 악화에 이어 핵심 인력까지 퇴사하는 등 풍전등화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적악화의 책임을 진 임원진들이 줄줄이 사표를 내고 원시리즈 디자인을 진두지휘했던 스콧 크로일 수석부사장도 지난해 회사를 떠났다.
브랜드 이미지도 바닥이다. 2012년부터 스마트폰 점유율 7위 밖으로 떨어졌다. 최고급도 아닌데 중국 본토 제품들처럼 저렴하지도 않은 어중간한 제품으로 분류됐다.
점유율만 봐도 HTC의 시장 점유율은 2011년 10.7%였지만 2014년에는 4%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매출 역시 2011년 4657억9500만타이완달러(한화 약 16조2299억원)를 기록한 후 급감해 2013년에는 2031억400만달러(7조2161억원)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대만에서는 HTC의 몰락을 삼성전자 때문으로 보는 인식이 짙다"며" HTC의 삼성 공격은 이런 심리를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의도까지 담겼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HTC가 새로 선보인 플래그십 모델 ONE M9은 64비트 스냅드래곤 810 프로세서, 3GB램, 5 풀HD디스플레이, 2000만 화소 후면카메라를 탑재했다. 25일 출시할 예정이고, 가격은 32GB(언락) 모델 기준 649달러(한화 약 72만원)이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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