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동 80대 재력가 살해 용의자 잡고보니 '세입자'…오늘 중 영장

피해자 손톱·목에서 나온 DNA와 일치…용의자 "죽인 적 없다" 범행 부인

사진=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도곡동 80대 자산가 살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검거됐다. 경찰은 오늘 중으로 용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10일 서울수서경찰서는 함모(86·여)씨 살인 혐의로 전날 긴급체포한 정모(60)씨를 상대로 범행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달 24일 오전 8시 47분께 강남구 도곡동 주택 2층 방에서 함씨의 양손을 끈과 휴대전화 충전용 전선으로 묶은 뒤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는 5년 전까지 함씨의 2층 주택에서 함께 살던 세입자로, 몇 가지 혐의점이 드러나 9일 오후 2시 45분께 양재동 자택에 있는 것을 긴급체포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2002년부터 2010년까지 함씨의 주택에 세들어 살았으며 함씨와는 25∼30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그는 인테리어 가게에서 일용직 페인트공으로 일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첫날 조사에서 정씨는 함씨 살해 관련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체포 후 5시간에 걸쳐 조사를 했지만 정씨가 횡설수설하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면서 "심리상담까지 실시했지만 태도에 변화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정씨는 조사를 마치고 유치장으로 이동하면서 취재진을 향해 "30년 알고 지낸 할머니다. 죽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24일 함씨의 집에 들렀던 것은 맞지만 당뇨병 때문에 함씨가 소일거리 삼아 파는 건강식품을 사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함씨의 손을 묶은 끈과 함씨의 목, 손톱 등에서 확보한 DNA가 정씨의 것과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정씨의 혐의 입증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에게서 확보한 DNA를 피해자의 친인척과 세입자, 이웃 주민, 통화 상대방 등 69명의 DNA와 일일이 대조했고 국과수로부터 결과를 통보받은 직후 정씨를 긴급체포했다"며 "정씨의 동선을 역추적한 CCTV 영상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씨가 함씨를 살해한 동기를 규명하기 위해 보강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함씨의 지인들이 정씨가 수년 전 함씨로부터 수백만원을 빌렸다가 갚지 못해 갈등이 있었다고 말한 데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또 함씨가 거주하던 2층 주택과 40평형대 아파트 등 주택 5채를 보유한 자산가로 알려져있어 이를 노린 범행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