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미국 월스트리트의 황소가 6년째 내달리고 있다. 뉴욕 증시는 9일(현지시간)로 만 6년째 강세장을 이어갔다. 혹독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겨치며 뉴욕증시는 지난 2009년 3월 9일 이후 10% 넘는 주가하락 없이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왔다.
그동안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와 유럽 경제의 부진, 신흥국 통화대란 등 여러차례 고비가 찾아왔지만 강세장 기조는 멈추지 않았다. 끈질기게 죽지 않고 버티는 '좀비증시'라는 말도 나왔고 일부에선 1940년대 이후 가장 강력한 황소장 중 하나라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뉴욕 증시에서 2차세계 대전 이후 황소장은 12번 나타났고 평균 상승기간은 58개월로 조사됐다. 이번 황소장은 이미 72개월째를 넘기는 저력을 보였다. 힘쎈 황소가 이끌어주는 덕분에 미국 기업과 투자자들도 쏠쏠한 재미를 봤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지수의 경우 이기간 동안 253%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다우종합지수 역시 224%가 넘게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6년 넘는 롱런이 가능했던 것은 튼튼하게 받쳐준 원동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등공신은 연방준비제도(Fed)가 꼽힌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미국 경제가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을 당시 Fed는 전세계 중앙은행 중 가장 신속하고 강력한 부양정책에 나섰다. 국채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와 사실상 제로금리를 통해서다. 3차례 양적완화를 통해 Fed는 무려 4조달러(4467조원)을 시중에 공급했다. 6년째 이어지고 있는 제로금리도 위축된 기업 투자와 소비를 일으키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들은 구조조정과 기술혁신 등에 나서며 내실을 다졌다. S&P500에 속한 기업들은 올해 주당 119.35달러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6년전에 비해 2배나 호전된 성적표다.
관심은 이제 황소가 과연 얼마나 더 달릴 수 있을 지에 모아진다. AP통신에 따르면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클 아론 수석 투자전략가는 "증시가 단기간에 큰 도전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 경기침체나 둔화의 우려도 보이지 않는다 "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당장 황소장을 강력히 뒷받침했던 Fed의 지원도 마무리단계다. 지난 해 10월 Fed는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했고 금리도 이르면 오는 6월부터 인상될 수 있다.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의 폴 히키 공동창립자는 "(나스닥이 15년만에 5000선을 돌파했던) 지난 2일이 황소장의 정점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센터 펀드의 제임스 어베이트 수석 투자 담당자는 일반 투자자나 애널리스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경기침체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당장 황소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미국 경제의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조짐, 그리고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심리가 커질 때 곰의 출현에 대비해야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로 보인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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