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전북현대와 성남FC가 2015시즌 개막경기(7일·2-0 전북 승)를 한 전주월드컵경기장. 원정팀인 성남FC의 응원석 2층 계단에서 까치 머리가 발견됐다. 이 사실은 성남FC를 응원하러 간 팬이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까치가 육식동물에게 사냥 당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누군가 까치를 죽여 머리를 베어냈으리라는 추측이 축구팬들 사이에 지배적이다.
까치는 성남시와 성남FC 구단의 마스코트다. 그래서 성남 팬들은 원정팀을 도발하기 위해 전북 팬 가운데 누군가 부적절한 행동을 하지 않았겠느냐고 의심한다. 성남FC 서포터스는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생명체를 잔혹하게 다루고, 원정 팬을 도발한 문제에 대해 구단 차원에서 전북과 한국프로축구연맹에 강하게 항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북 팬들도 불쾌해하고 있다. 전북 서포터스는 구단 게시판에 "응원단 차원에서 주모한 일이 아니다. 누구의 소행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의견을 올렸다. 신명준 프로축구연맹 리그운영 팀장(42)은 "유례가 없는 사안이라 당혹스럽다. 구단과 관계자들의 조사 결과를 종합해 해결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김욱헌 전북 홍보팀장(39)은 "경기장 시설관리공단에 요청해 CCTV를 분석하고 누구의 소행인지를 밝히겠다"고 했다.
국내·외 종목을 불문하고 라이벌 의식이 강한 스포츠 팀끼리는 특정 구단을 상징하는 마스코트를 음식이나 사물에 빗대어 상대 팀을 조롱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이런 문화는 스포츠를 둘러싼 스토리의 생산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생명에 대한 존중을 잊은 행동이거나 살생을 수반한 행동이라면 용서받기 어렵다. 최근 전 세계를 불안하게 만드는 이슬람국가(IS)의 잔혹한 살인을 모방하지 않았는지 염려된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축구 응원을 넘어 인성이 실종된 범죄행위가 아닐 수 없다. 건전한 의식과 응원문화를 가진 대부분의 스포츠팬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짚고 넘어갈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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