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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터미널', 6개월간 인천공항에 강제 구금된 사연은?…'세계 최고 공항'의 씁쓸한 이면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8초

'한국판 터미널', 6개월 동안 인천공항에 강제 구금된 사연은?…'세계 최고 공항'의 씁쓸한 이면

'한국판 터미널', 6개월간 인천공항에 강제 구금된 사연은?…'세계 최고 공항'의 씁쓸한 이면 한국판 터미널. 사진=영화 '터미널'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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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온라인이슈팀] 영화 '터미널'의 주인공과 비슷한 사건을 겪은 아프리카인 A씨의 사연이 공개돼 화제다.

A씨는 지난 2013년 11월 내전이 반복되는 고국에서 입영을 거부하고 한국행을 택했다. 그는 이틀간 여객기를 세 번 갈아타고 인천공항에 도착, 출입국관리 당국에 난민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출입당국은 난민 신청 사유가 부족하다며 A씨의 입국을 허가하지 않았고 이튿날 그를 태우고 온 항공사에 송환지시서를 보냈다.

영어에 서툰 A씨는 진술을 오락가락했고 귀국하면 구속될 처지에 놓인 A씨는 항공사가 비용을 지불하는 송환 대기실(출국 대기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소송을 시작했다.


환승구역 내 대기실은 한번 들어가면 출국 전까지는 나올 수 없는 사실상 구금시설이다.


A씨는 대기실에서 치킨버거와 콜라로 끼니를 때우며 견뎠고 침구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변호사를 선임해 3건의 소송을 냈다.


송환 대기실에서 나갈 수 있게 해달라는 인신보호 청구소송, 변호사를 접견할 수 있게 해달라는 헌법소송, 정식으로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행정소송 등이었다.


인천지법은 지난해 4월 대기실 수용이 법적 근거 없는 위법한 수용이라며 A씨 손을 들어줬다. 당국은 그제야 A씨를 환승구역으로 나갈 수 있게 허가했다.


20여일 후 면세점 매장을 전전하는 A씨의 입국을 허가했고, 며칠 뒤에는 송환 대기실 내 난민 신청자의 변호인 접견권을 허가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 가처분이 나왔다.


A씨의 노력은 서울고법이 올해 1월 말 난민 심사조차 받지 못하게 한 당국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하면서 결실을 보았다. 이 판결은 당국이 상고를 포기해 최근 확정됐다.


'한국판 터미널' A씨는 지난달 10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지 1년 3개월 만에 마침내 정식 난민 심사를 신청했다. 최종 결론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헌재 본안소송 선고도 기다리고 있다.


당국이 규정을 엄격히 따진 데 반해 법원과 헌재는 인권보호의 가치에 집중했다.


그동안 A씨를 도와온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는 "'세계 최고 공항'의 이면을 드러낸 사건"이라며 "난민법 시행에 걸맞은 출입국관리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해 씁쓸함을 자아냈다.


한편 영화 '터미널'은 고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귀국할 수도 미국에 입국할 수도 없게 된 한 동유럽인이 뉴욕 JFK공항 환승구역에서 9개월 동안 지내며 벌어진 일을 그린 작품이다.




온라인이슈팀 issu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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