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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과 황소 사이에서 줄타는 러시아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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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병합한 이래 러시아 금융시장은 널뛰기만 반복했다. 이후 러시아는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많다. 그러나 지난 1월 러시아 경제의 회생 움직임이 뚜렷이 포착되기 시작했다.


러시아 루블화는 지난 1월 말 이래 미국 달러화 대비 가치가 12% 급등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투자자와 전문가들은 러시아 자산에 투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목하 고민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이 러시아에 투자해야 할 이유 세 가지와 아직 투자하지 말아야 할 이유 세 가지를 최근 정리해 소개했을 정도다.


◆투자해야 할 이유=루블 표시 2년물 채권의 수익률은 현재 13.7%에 이른다. 블룸버그가 조사한 45개국 2년물 채권 가운데 가장 높은 것이다. 게다가 루블에 안정 조짐이 보이면서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미국 앨라배마주 버밍햄에 자리잡은 투자업체 R스퀘어드매크로의 안쿠르 파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금이야말로 러시아 자산을 싸게 챙길 수 있는 기회"라며 "다른 나라들의 금리와 비교하면 유혹을 떨쳐버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 정부의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6%로 국제통화기금(IMF)이 조사한 53개국 가운데 네 번째로 낮다. 외환보유액은 8년만의 최저인 3650억달러(약 401조5730억원)로 줄었다. 그러나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이만한 액수면 앞으로 2년 동안 정부ㆍ기업ㆍ은행이 상환해야 할 부채를 모두 감당할 수 있다.


러시아 주식이 종종 저평가되는 것은 투자자가 러시아 기업지배구조에 대해 우려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러시아 주식이 지금처럼 싼 때는 없었다. 러시아 주식시장 MICEX 지수의 향후 12개월 주가수익배율(PER)은 5.9배로 추정된다. 신흥시장 평균 PER보다 51% 낮은 셈이다.


◆투자하지 말아야 할 이유=우크라이나 사태, 추락하는 유가, 서방의 경제제재로 러시아는 경기침체의 문턱까지 이르렀다. 블룸버그가 애널리스트ㆍ이코노미스트 44명에게 물어본 결과 올해 러시아의 GDP는 4%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신용평가업체 무디스는 지난달 20일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적격 등급인 'Baa3'에서 투자 부적격 등급인 'Ba1'으로 한 단계 낮췄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무디스에 앞서 지난 1월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 등급인 'BB+'로 1단계 끌어내렸다. 지난주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는 러시아 자산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췄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하고 경제가 위축되면서 주식시장 랠리는 끝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달러 대비 루블 가치가 지난달 14.7% 급등했지만 루블은 여전히 세계에서 변동성이 가장 심한 통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루블 가치가 얼마나 변동할 수 있는지 추정한 3개월 내재변동성은 1년 전 12%에서 최근 30%로 껑충 뛰었다. 그만큼 현지 자산에 선뜻 투자하기가 부담스러운 것이다.


미 뉴욕 소재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얼라이언스번스틴에서 신흥시장 투자를 책임지고 있는 폴 디눈은 "경제 펀더멘털만 놓고 보면 러시아 자산이 매력적"이라면서도 "하지만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親)러시아 반군이 지난달 휴전 협정에 서명했지만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지난해 3월 취한 러시아 제재를 1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 현지 기업ㆍ가구들이 불확실성에 해외로 돈을 빼돌리면서 러시아에서는 이미 돈이 말라가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에서 순유출된 돈은 무려 1520억달러에 이른다. 무디스는 이것이 2년 뒤 총 400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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