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과 회동에서 "오하이오 출신 촌놈에게 잘해줘서 고맙다…사고 당시 첫 전화가 오바마 대통령"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홍유라 수습기자]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지난 5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리는 같은 클럽이다"라는 말을 한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9년 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지방선거 유세를 펼치다 자신처럼 괴한의 피습을 받아 응급수술을 받은 사실을 지칭한 것이다.
8일 연세 세브란스병원 측은 여야 대표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치인들의 리퍼트 대사의 병실 방문이 이어진 이날 '병문안 뒷이야기'를 공개하며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리퍼트 대사의 '무한 긍정' 면모가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 정치인들과의 회동에서도 그의 유머러스한 면모가 드러났다.
병실을 찾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세준(리퍼트 아들)은 아직 어려서 잘 모를 텐데, 그릭스비(애완견)는 커서 아마 많이 놀랐을 것"이라고 농담을 건네자, 리퍼트 대사는 "세준이도 세상 모르고 잘자더라, 그릭스비도 행복해 한다. 자기가 떠나있으니 다들 즐겁게 잘지낸다"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리퍼트 대사의 위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 경제부총리가 왔을 때 리퍼트 대사는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네티에서 온 촌놈을 잘해줘서 고맙다"라고 인사했다. 이에 정갑영 연세대 총장이 "세브란스병원은 오하이오 출신 사람들 덕이 컸다"며 설립 역사를 설명하자, 리퍼트 대사는 "오하이오 출신이라서 여기가 홈타운 같다. 편안한다"고 대답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병문안을 왔을 때 리퍼트 대사는 "사고를 당했을 때 가장 먼저 전화를 한 사람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두번째는 보좌관,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이었다"면서 "빠른 쾌유를 위한 기도를 해줬고 한국국민들도 기도를 해줘서 감사드린다"라는 말을 전했다.
아울러 김 대표와 문 대표, 최 경제부총리는 리퍼트 대사를 문병하면서 대화 도중 하나 같이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라는 속담을 꺼냈다고 한다. 리퍼트 대사의 피습 사건이 오히려 한미 동맹을 더욱 강화시킬 계기로 삼자는 의미다. 이에 리퍼트 대사는 "위기 뒤에는 항상 기회가 온다(crisis comes opportunity")"는 미국 속담으로 화답했다.
한편 리퍼트 대사의 상태가 빠르게 호전되면서 오는 10일 퇴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병원 측은 예상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홍유라 수습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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