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 개막전서 밀어쳐 홈런
볼카운트 불리해도 볼넷 골라내
팀 고유 '졸탄 사인'으로 소속감 표시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미국 프로야구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뛰는 강정호(27)가 시범경기에서 첫 홈런을 쳤다. 강정호는 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오토익스체인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 6번 타자겸 유격수로 선발 출장해 2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1볼넷으로 팀의 8-7 승리에 기여했다.
◆ 밀어서 넘겼다 = 두 번째 타석에서 나온 홈런은 강정호의 힘을 보여줬다. 5-0으로 앞선 3회초 2사 뒤 타석에서 오른손투수 토론토 마르크 에스트라다(31)를 상대로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쳤다. 1볼 0스트라이크에서 바깥쪽 약간 높은 2구째 직구를 놓치지 않고 밀어쳤다. 빠르게 뻗어나간 타구는 담장 밖까지 125m를 날아갔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던지는 빠른 공에 잘 적응하고 있음을 확인시키는 홈런이다. 더구나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으로 들어오는 공을 밀어쳐서 직선타구를 날렸다. 강정호는 줄곧 "힘에서는 자신이 있다"고 장담했는데 허풍이 아니었다. 그는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왔다는 느낌이 들어 힘껏 (방망이를) 돌렸는데 제대로 맞았다"고 했다.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57)도 "바깥쪽 높은 공을 퍼올려 홈런을 만들었다. 아주 좋은 스윙이었다"고 칭찬했다.
◆ 걸어서 나갔다 = 7-3으로 앞선 5회초 1사 2루 세 번째 타석에서는 불리한 볼카운트를 극복하고 볼넷을 골라냈다. 1볼 2스트라이크에서 토론토의 바뀐투수 스티브 델라바(31)가 몸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반응하지 않았다. 강정호가 자신의 승부구를 골라내자 델라바는 이어진 5구와 6구째에도 같은 구종으로 몸쪽을 공략했다. 강정호는 끝내 방망이를 내지 않았다.
집중력을 발휘해 득점 기회를 다음 타자에게 연결해 주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장면이다. 강정호는 국내에서 뛸 때 장타 못잖게 삼진도 많았다. 지난 시즌에도 117경기(타율 0.356 40홈런 117타점)에 출장해 삼진을 106개나 당했다. 경기당 0.91개로, 매 경기 한 번은 삼진을 당한 셈이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서 경기에 나간다면 5번이나 6번 타순에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유인구에 속지 않고 좋은 공을 골라내야 삼진을 줄이고 좋은 타구를 칠 수 있다.
◆ '졸탄' 사인 = 강정호는 이날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의 메인화면을 장식했다. MLB.com은 "강정호가 자신의 힘을 증명해 보이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며 "피츠버그는 인상적인 홈런을 친 강정호를 보며 흐뭇할 것"이라고 했다. 허들 감독은 "강정호에게 공격적으로 할 것을 주문했다"며 "강정호 자신에게도 시즌 개막을 앞두고 좋은 징조"라고 했다.
MLB.com은 강정호가 홈런을 친 뒤 동료들에게 'Z 사인'을 보낸 사실도 전했다. 흔히 '졸탄(Zoltan) 사인이라고 부르는 Z 사인은 2012년에 시작됐다. 5월 8일 피츠버그 포수 로드 바라하스(39)가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경기에서 끝내기홈런을 친 뒤 홈에서 기다리던 동료들이 Z 사인을 그리며 환영한 것이 시초다. 이후 피츠버그 선수들이 장타를 친 뒤 나누는 인사법이 됐다. 2루타 이상을 친 선수가 더그아웃을 향해 두 손으로 알파벳 'Z'를 만들어 보이는데, 보통 왼손을 위로해 모양을 만든다. 강정호도 "팀의 인사법이라고 하더라. 동료들이 하는 동작을 따라해봤다"고 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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