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 출신으로 두번째 13대 1 경쟁률 뚫어…“女공학도 양성, 사회기여 활동 계속할 것”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총장 앞에 ‘여성’이라는 타이틀이 붙다보니 자부심 보다는 책임감이 더 클 수밖에 없죠. 그렇다고 미리 걱정하거나 버거워하지는 않습니다. 그동안 쭉 그랬듯이 소신을 갖고 에너지 넘치게 일하면 되지 않을까요.”
최순자(62·여·화학공학과) 인하대학교 신임 총장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여성공학자로 유명하다. 공학기술 분야 석학들의 모임인 ‘한국공학한림원’ 최초로 여성 정회원이 된 그다. 이번엔 인하대 첫 ‘여성 총장’이라는 이력을 하나 더 갖게됐다. 모교 출신 두번째 총장이라는 것도 그에겐 더욱 의미가 크다.
총장 후보로 모두 13명이 뛰어들정도로 경합이었던치 선거전에서 그가 선택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사회의 축소판인 대학에서 이편, 저편 갈라지고 내심 재단과 내부 구성원이 원했던 인물이 있었을거라 짐작하면 최 신임총장의 발탁은 예상 밖이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천지개벽이 일어난 것이란다. “13명의 후보 중 1차 4명으로 압축될 때만해도 제가 점수가 좋지않았어요. 하지만 학교발전계획서 발표와 토론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이 저를 달리 평가한 것 같습니다. 그들은 누가 학교를 개혁할 수 있는 사람인가, 그리고 개혁 아이템과 구체적 대안은 있는가를 보고자 했던거죠.”
최 신임 총장은 재임기간 인하대를 ‘글로벌프론티어 인재 육성의 명문’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대외경쟁력 강화, 인하교육 이노베이션(Innovation), 재정 확충과 다원화, 교수 역량 강화, 대학의 사회적 기여 등 5대 핵심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무엇보다 대학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교육을 위해 새로운 변화를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의평가를 강화해 교육의 내실화를 도모하고, 융합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최근의 학문 추세를 반영해 유연한 융복합 교육이 가능하도록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전 학생의 1대 1 평생멘토링교수제를 도입해 학생이 입학해 졸업할 때까지 진로와 취업등 양방향 교육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교수가 교육과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인하대의 30%이상을 차지하는 시니어(Senior) 교수가 학교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도록 할겁니다. 또 세계 수준의 스타 연구실 30개 육성과 ‘젊은 인하펠로우’(Young IFP)를 신설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한 연구 역량을 키워 나가겠습니다.”
최 신임 총장은 지역사회에서 인하대가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하겠다고 했다. “인천시 10개 군·구 대부분이 예산문제로 제대로 된 경영진단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향후 인하대 교수들이 그룹을 이뤄 군·구별 경영컨설팅을 지원토록 하고, 학생들의 봉사활동을 통해 대학과 지역사회와의 동질성 찾기에 노력할겁니다.”
그는 지금껏 그래왔던것처럼 여성공학자로서 사회에 기여하고 후배 공학도 양성에 힘을 쏟겠다는 각오에 변함이없다. 1970년대 여자 공대생이 없던 시절 대학에 입학했고, 이후 학자로 입문해 연구업적을 쌓으면서도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한국공학한림원 최초 여성 정회원 등 여성공학자로서 선구적 역할을 해왔다.
특히 ‘WISET(Women In Science Engineering&Technology) 인천지역사업단’을 이끌며 지역의 초·중·고교 여학생들에게 수학·과학분야에 대한 동기를 유발해 이공계로 진학하도록 육성하고, 공과대학 여학생들을 공학분야 핵심인력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해왔다. 이 사업은 인하대가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지원사업의 메카 역할을 하는 기반이 될 정도로 성과를 인정받았다.
최 신임 총장은 “제가 대학에서 공부할 때도 그랬고, 지금도 이공계를 기피하는 사회분위기는 여전하지만 이런 불리한 환경에 놓여 있었기에 선구자적인 길을 갈 수 있지 않았겠냐”며 “새로운 도전에 두려워하지 말라”고 학생들에게 조언했다.
그는 또 우리사회의 여성리더로서 후배 여성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전했다. “지금은 과거보다 더 많은 기회가 여성들에게 주어졌습니다. 사물을 보는 다양성과 섬세함 등 여성이 갖고있는 장점을 잘 활용하면 사회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겁니다. 물론 남성 보다는 더 부단한 자기계발이 필요하겠지요.”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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