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상금으로 기저귀를?"
'노던트러스트 챔프' 제임스 한이 바로 한국에서 태어나 두 살 때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재미교포다. 1981년 11월2일생으로 34세, 한국 이름은 한재웅이다. 특히 오랫동안 성적을 내지 못해 투어 경비가 떨어지자 갖가지 직업으로 돈을 모아 기어코 세계 정상에 올랐다는 점이 눈물겹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고등학교를 졸업하고, UC버클리에서 광고학을 공부했다. 2003년 약 3개월간 짧은 프로골퍼 생활을 하다가 광고회사에서, 또 신발가게와 골프용품매장에서도 일하는 등 프로골퍼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돈을 모았다. 주 무대 역시 변방의 투어였다. 2007년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서 활동한 적도 있다. 2008~2009년에는 캐나다투어로 건너갔다.
2012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2부 투어격인 웹닷컴투어 렉스호스피털오픈 1위를 차지한 뒤 2013년 PGA투어에 입성해 AT&T페블비치 공동 3위에 올라 드디어 가능성을 보였다. 바로 전주 피닉스오픈에서는 최종일 '골프해방구'로 유명한 16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아낸 뒤 '말춤 세리머니'를 펼쳐 스타성까지 과시했다.
생애 첫 우승은 물론 녹록지 않았다.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팰리사이드 리비에라골프장(파71ㆍ7349야드)에서 끝난 최종 4라운드에서 2언더파를 보태 더스틴 존슨(미국), 폴 케이시(잉글랜드) 등과 동타(6언더파 278타)를 기록한 뒤 연장 3개 홀을 더 치르는 혈투 끝에 우승버디를 솎아냈다. 우승상금이 120만6000달러(13억4000만원), 당분간 돈 걱정은 하지 않게 됐다.
"이런 큰 대회에서의 우승은 생각지도 못했다"는 제임스 한은 "아버지가 된다는 점에서 더욱 흥분된다"며 "이번 대회에서 받은 상금으로 기저귀를 많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딸 출산을 3주 앞둔 예비 아빠로서의 가정적인 면모를 보였다. 오는 4월 마스터스 티켓과 2년간 투어시드라는 짭짤한 전리품이 더해졌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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