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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큰 손' 왕서방은 옛말…저가 화장품 매장만 북적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3초

[르포]'큰 손' 왕서방은 옛말…저가 화장품 매장만 북적 18일 중국 최대 명절 춘절을 맞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롯데면세점 화장품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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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4일 중국 최대 명절 춘절 맞아 中 관광객 면세점 '북적'
중국어 안내판에 안내방송도 중국어 일색…온통 '붉은 물결'
국내 브랜드 인기 현상 여전, 화장품에만 몰릴 뿐 명품매장은 썰렁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오전 9시30분 개장하자마자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들었어요. 마사지팩 등으로 구성한 묶음제품은 중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인기 아이템으로 문 연지 1시간도 안돼 20개나 팔렸습니다. 오늘부터 춘절이 시작되니 일주일간은 정신없이 바쁠 것 같아요."


18일 오전 11시20분,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9층 면세점은 아침일찍부터 쇼핑하러 나온 중국인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부터 시작된 중국의 최대명절 춘절(18~24일)을 맞아 한국을 찾은 가족단위의 중국 관광객들이 대다수였다.

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전문 매장인 것처럼 탈바꿈돼 있었다. 매장마다 중국어를 능통하게 구사하는 직원들이 지나가는 고객들에게 연신 인사를 건냈고 안내판과 백화점내 안내방송도 모두 알 수 없는 중국어 투성이었다. 중국인이 선호하는 붉은 띠를 두른 안내데스크 직원들부터 할인행사를 알리는 안내판과 이벤트 간판 등도 온통 붉은 물결이었다.


10여명의 관광객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던 화장품매장 한 관계자는 "춘절이지만 첫 날이고 이른 시간이라 그나마 없는 편"이라며 "작년 춘절 기간동안 중국인 매출이 평소보다 60~700% 이상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눈코뜰새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품목들을 가장 앞 쪽에 전시해뒀다"며 "본인들이 원하는 아이템과 브랜드를 일일이 적어와서 많게는 품목당 20개씩도 사간다"고 귀띔했다. 실제 한 남자 관광객은 아예 리스트를 적어와 원하는 물건을 달라고 말했다.


최근 계속된 국내 브랜드의 인기는 여전했다. '라네즈', '설화수'를 비롯해 '더페이스샵', '미샤' 등 국내 브랜드에만 중국인들이 가득했다. 샤넬, 디올 등 해외 유명 화장품 브랜드에는 몇 사람만이 제품을 구경할 뿐이었다. 한 중국인 관광객은 100만원이 넘는 국내 화장품을 구매하기도 했다.


더페이스샵 매장 한 직원은 "지난주와 비교해도 중국인 고객이 2배 가까이 늘었다"며 "춘절 기간에는 중국이라고 착각이 들 정도로 중국고객들이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볐지만 그 안에서 매장 별 상황은 극명하게 갈렸다. 화장품 매장에만 몰릴 뿐 명품 매장은 썰렁할 정도였다. 명품 브랜드 한 관계자는 "'큰손'으로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명품을 쓸어 담는다는 것도 모두 옛말"이라며 "다른 명품 매장의 정확한 사정은 모르지만 우리와 비슷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명품 브랜드 관계자는 "내국인이나 일본 관광객보다는 중국 관광객들의 객단가가 높지만 예전보다는 구매력이 많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면세점 옆 에비뉴엘은 아예 쇼핑하는 사람 자체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중국인이 좋아한다는 루이뷔통 매장도 한산했다. 매장 내에는 중국인 관광객 2~3명이 가방을 둘러볼 뿐 구매는 하지 않고 나갔다.


한편 외국인 관광객들의 쇼핑천국이 된 명동 화장품 매장과 면세점 등에서는 내국인 쇼핑객은 찬밥신세였다. 한 번에 수십 만원어치씩 대량구매로 사가는 '왕손'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밀려난 탓이다.


명동 화장품의 매장 한 직원은 "내국인보다 외국인들의 객단가가 더 높기 때문에 외국인 고객들에게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는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으로 이어졌다. 화장품 매장을 찾은 최 모씨(20)씨는 "외국어에 능통한 매장 직원이 정작 한국말을 제대로 못 알아들어 불편했다"며 "특히 매장에 외국인 단체 고객이 오면 내국인은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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