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자동정사기 통해 '生死' 결정…폐기물은 재활용
지난해 손상화폐 3조원…'불에 탄 지폐' 규모 커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탄생하는 화폐가 있다면 죽음을 맞는 화폐도 있다. 설을 맞아 대규모로 발행된 신권은 봉투에 담겨 사람들에게 건네지는 반면, 오래되거나 손상돼 더이상 효용이 없는 돈은 한국은행에서 생을 마친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화폐를 폐기하는 과정의 시작과 끝은 모두 한국은행의 자동정사기를 통해 진행된다.
한국은행 2층에 위치한 정사실에서는 '쓸 돈'과 '버릴 돈'이 가려진다. 이곳의 자동정사기에서는 33초만에 1000장의 지폐의 '생사(生死)'가 결정된다. 하루 평균 40여만장의 지폐를 감별하는 자동정사기에서는 위폐와 진폐의 구분도 가능하다.
일단 자동화폐기를 통해 사용이 가능하다고 감별된 지폐는 100장 단위로 정리돼 배출된다. 반면 더이상 사용이 불가하다고 여겨진 손상지폐는 분쇄와 압축의 과정을 거쳐 긴 원기둥 모양의 중이 뭉치로 걸러져 나온다.
한국은행 화폐관리실 관계자는 "자동정사기에는 사용권과 손상권을 구분짓는 수치가 입력돼 있어, 센서가 자동으로 이를 감별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자동정사기를 들여온 것은 1990년대 초반. 이전에는 검수원들이 일일이 손으로 검수작업을 거친 뒤 폐기했다. 당시에는 폐기하기로 결정된 지폐들을 경기도 외곽의 용해광장으로 옮겨 화학물질로 녹였다. 운송과정에서의 도난을 막기 위해 지폐다발에 구멍을 뚫어야 했다.
폐기 처리된 지폐의 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금은 자동차 안의 방진재로 사용되고 있고, 과거에는 건축용 바닥재로도 활용됐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폐기한 손상화폐는 2조9847억원 어치다. 이중 1만원권이 2조3942억원으로 금액기준으로 80.2%, 물량기준으로 42.8%를 차지했다. 이어 1000원권은 각각 9.0%, 48.1%, 5000원권 8.2%, 8.8% 순이었다. 손상사유는 불에 탄 경우가 가장 많았고, 습기 및 장판밑 눌림 등에 의한 부패, 칼질 등에 의한 세편이 뒤를 이었다. 이들 손상화폐를 대체하는 데는 568억원이 소요됐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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