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년간 중산층의 소득은 늘어났으나 주거비와 교육비 부담이 더 가파르게 늘어난 탓에 삶의 질이 좋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나빠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어제 '우리나라 중산층 삶의 질 변화'라는 제목으로 내놓은 보고서의 결론이다. 많은 이들이 살아오면서 몸소 체험한 그대로여서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통계분석으로 확인됐다고 하니 눈길이 간다.
1990~2013년 23년 동안 연평균으로 중산층(중위소득의 50~150% 계층)의 가구당 주거비와 교육비 증가율은 각각 11.8%와 7.5%로 소득 증가율 7.0%보다 높았다. 같은 기간 중산층의 가구당 소득 중 지출 비중 변화를 보면 오락ㆍ문화비는 5.9%에서 5.3%로 0.6%포인트, 보건ㆍ의료비는 6.5%에서 6.4%로 0.1%포인트 낮아졌다. 돈을 열심히 벌었으나 집세 내고 자식들 교육시키는 데 더 많은 돈이 들어가 여행이나 영화 보기는 물론이고 병원 가기까지 줄여야 했다는 얘기다.
중산층이 쪼들린 정도는 고소득층과 비교하면 확연하다. 같은 기간 고소득층의 소득 증가율은 연평균 6.8%로 중산층에 비해 0.2%포인트밖에 차이가 안 났지만, 주거비 증가율은 0.9%로 중산층에 비해 10.9%포인트나 낮았다. 주거 여건에서는 중산층이 심지어 저소득층보다 못한 점도 일부 있다. 2013년 현재 중산층의 1인당 주거면적은 21.3㎡으로 저소득층의 24.6㎡보다 좁고 자기 집 거주 비율도 64.6%로 저소득층의 65.3%보다 낮다.
이런 상태로는 나라의 발전도, 가정의 행복도 기약하기 어렵다. 중산층은 경제적으로 내수의 기반이고 정치ㆍ사회적으로 안정의 토대이며, 문화적으로 나라의 품격을 대변한다. 그들이 열심히 일한 대가로 풍성한 소비를 누리고 정치ㆍ사회적 기여를 하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올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지만 중산층의 쪼들리는 삶을 이대로 놔두고 선진국 되기란 공염불이다. 일부 대기업과 고소득층만 잘 나가고 국민 대다수는 쪼들린 삶으로 뒤처지는 나라가 될 뿐이다.
'국민행복 시대'를 내걸고 출범한 박근혜정부 아래에서도 중산층의 삶은 나아진 게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먼저 중산층의 주거비와 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대책을 꾸준히 강구해야 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