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우리나라 최고(最古)·최대(最大) 수리시설인 김제 벽골제의 제방축조 방식을 알려주는 유물이 온전한 형태로 발견됐다. 풀로 엮어 진흙을 담은 주머니인 초낭(草囊)으로, 이는 벽골제에서 사용된 부엽공법(敷葉工法, 나뭇가지, 잎사귀 등을 깔고 흙을 쌓는 방식)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7~8세기 일본 카메이 유적에서 확인된 바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원형이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라북도 김제시 부량면 신용리에 위치한 사적 제111호 벽골제 발굴조사는 전북문화재연구원이 지난 2012년부터 연차적으로 진행 중이며, 올해 조사는 당초 직선 형태였던 제방이 일제 강점기에 곡선 형태로 변경돼 하부구조가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용골마을 지역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제방 동쪽 부분에서 보축 제방(補築 堤防, 제방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변에 설치한 보강 시설)이 확인됐다. 규모는 길이 약 75m, 너비 약 34m로, 성토층의 최대 잔존높이는 160㎝다. 남서-북동 방향으로 좁고 기다란 띠 모양(帶狀)을 이루며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단면 토층은 약 140~300cm 간격으로 성분이 상이한 토양이 ‘갈지 자(之)’ 형태로 맞물려 교차 성토된 양상을 띠고 있다. 보축 제방의 성토층 하부에서 발견된 '초낭'은 남서-북동 방향으로 열을 맞춰 배치됐고, 이는 연약한 지반을 견고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 것이다.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결과에 따르면 7세기 전후의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원성왕 6년(790년)에 '전주 등 7개 주(州) 사람들에게 제방을 증·수축 하게했다'는 삼국사기의 기록과 일치한다. 이와 함께 초낭에서는 흙과 함께 볍씨, 복숭아씨가 출토됐으며 그 하층에서는 담수(淡水) 지표종(指標種, 특정 지역의 환경상태를 측정하는 척도로 이용되는 생물)인 마름(한해살이 물풀)이 발견돼 벽골제가 과거에 담수지였음을 추측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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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제방의 기저부(基底部, 가장 아랫부분)를 조사한 결과, 제방은 직선으로 연결됐고, 일부 경사면에서 목주열(木柱列, 나무기둥열)이 놓여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목주열은 2열이 연속성을 보이고 있으며, 성토된 제방을 보다 견고히 하거나 보호하기 위한 시설로 판단된다. 또한 제방 기저부의 최대 너비는 27.67m로 조사되나, 일부 확인되지 못한 부분을 감안하면 제방의 너비는 약 30m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연구원 관계자는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기저부의 넓이가 21m로 기록돼 있는데 조사를 통해 살펴본 넓이는 이보다 넓게 확인되고 있어 지점별로 다른 넓이로 축조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원은 이번 발굴조사와 관련해 13일 오전 10시 현장설명회와 자문위원회를 개최한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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