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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렁에 빠진 증세 논란'‥"이해가 잘 되는게 중요한 문제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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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멍크 디베이트의 '부자가 천국으로 가는 법'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수렁에 빠진 증세 논란'‥"이해가 잘 되는게 중요한 문제인가 ?" '부자가 천국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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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13월의 분노' 연말 정산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이) 이해가 잘 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시민단체들은 근로자 증세 반대 서명 등 조세저항에 돌입하자 여당은 소급을 약속하고 최경환 부총리가 직접 사과, 일단 진정됐다.


그간 박근혜 정부는 일관되게 '증세 없는 복지'를 주창해 왔다. 하지만 연초부터 이어진 간접세(담뱃세) 부과, 지방세 증세 추진, 연말정산(직접세 증세) 폭탄은 기어이 민심을 폭발시켰다. 지난 이명박 정부는 '종부세 인하'를 통해 부자들에게서 13조9800억원을 덜 걷고, 법인세 최고 명목세율도 25%에서 22% 인하, 기업에도 혜택을 줬다. 이런 조치로 MB 자신도 매년 2000만원 가량 종부세를 덜 내고 있다.

부자 감세는 곧 저소득층의 증세로 이어진다. 그 부담은 '유리알 지갑'인 직장인과 서민층이 짊어진다. 우리나라 복지 지출은 전체 예산의 9.3%로 OECD 평균 21.8%의 절반 이하다. 그러나 간접세 비중은 2007년 47.%, 2008년 48.3%, 2009년 50%, 2010년 52.1% 등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 GDP에서 복지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10.4%다.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로 가장 높은 프랑스의 30%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2005년 6.5%였던 복지 지출 비중은 10년 만에 60%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OECD 평균보다 2배다. 기존에 워낙 복지 지출이 적어서다. 그러나 이 또한 선진국 평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세금 등 국민부담률도 24%로 역시 최하위권이다. 그런데도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는 절대로 부자들에게 증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드러낸다.


오늘날 지구촌 최대 담론은 '세금'이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글로벌 사회에서 최대 담론은 '경제 번영을 어떻게 이뤄갈 것인가'라는 대국적인 주제였다. 그러나 2011년 '월가점령운동'이 전개되면서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거둬야 하는 것인가'라는 문제가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이는 진보든 보수든 예외없는 논쟁이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경우 올해 예산안을 내놓으면서 부자 증세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공화당의 반발과 증세 논란으로 곤혹스런 상황이다. 우리나라 역시 부자 증세의 불가피성을 놓고 최경환 부총리와 유승민 새누리당 신임원내대표간의 설전이 오갔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 등 증세, 복지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이같은 증세 논쟁에는 지식인, 학자는 물론 온라인상의 논객, 나아가 전 국민이 참여할 정도로 뜨겁다. 부자 증세를 요구하는 측은 현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가 '복지 없는 증세'로 변질됐다고 주장한다. 증세 논쟁은 실상 복지 수준을 얼마나 할 것이냐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

이에 멍크 디베이트의 토론을 재구성한 '부자가 천국으로 가는 法'이라는 책은 양측의 논쟁을 이해하는데 매우 유익하다. 이 책은 2013년 5월30일, 캐나다 최고의 공공정책 토론회인 '멍크 디베이트'에서 펼쳐진 세계적 논객 4명의 의견을 정리하고 있다. 토론회에서는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거둬야 하는가’를 주제로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전 그리스 총리, 뉴트 깅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 아서 래퍼 레이건 정부 경제고문 등 4명이 설전을 벌였다.


우선 폴 크루그먼과 파판드레우가 '부자 증세', 깅리치와 레퍼가 '부자 감세'로 진영을 나눠 각각의 주장을 펼쳤다. 토론에 앞서 3000여명의 청중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 투표 결과 부자 증세 찬성 58%, 반대 28%, 기타 미정 14%로 나타났다.


첫번째 토론자인 폴 크루그먼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가 금융위기와 결합된 경제위기로 과거와 같은 경제성장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며 "공공부채 및 만성적자, 복지 요구, 빈곤층과 중산층의 소득 정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금이자와 주식배당 등으로 거액의 자산소득을 누리는 부유층이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파판드레우는 "부유층 증세가 한 사회의 공정성과 정의, 신뢰를 가늠하는 잣대로 작용해 개인의 행복, 사회 평등, 평균 수명, 건강, 환경, 일자리를 아우르는 미래사회의 건전성과 직결된다"며 “경제적 불평등을 그대로 두고는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 또한 폴 크루그먼처럼 경제뿐 아니라 사회적 연대의 관점에서 부유층 증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론에 나선 깅리치는 “부유층에게 특별세를 부과하는 건 ‘성공하면 벗겨가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부자는 변호사와 회계사, 로비스트를 동원해 어떻게든 증세를 피할 방법을 찾아낼 것"라고 증세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중국의 고속성장을 예로 "잘나가는 사람을 끌어내리기보다 어려운 형편의 사람을 끌어올리는 것을 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한 레퍼는 "부유층 세율을 올려도 기대만큼 세수가 증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세율을 내렸을 때 고용과 생산이 급증하고 고소득자로부터 거두는 세수도 금액뿐 아니라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올라갔던 미국의 과거를 예로 들었다. 치열한 설전이 끝난 후 청중들은 부자증세에 찬성 70%, 반대 30%의 표를 던졌다.


앞으로 증세 논란은 저성장, 양극화, 불평등 등이 심화될수록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는 경제 운용에 있어서도 사회건전성과 생산성을 놓고 무엇을 우선할 것이냐 등으로 이어지며 설전을 가열시킬 수 있다. 그러나 어느 방향으로 흐르든 개혁이 불가피해진 것은 분명하다. 많은 이들이 우리나라는 '부자천국'으로 인식한다. 가난한 이들은 부자들을 부양하느라 허리가 휜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불평등과 박탈감을 커지는데도 의지할만한 '복지'는 제대로 갖춰지지 못 한 때문이다. 그리고 복지를 주장하면 '좌파'로 낙인 찍혀 차별의 대상이 돼 정단한 논의에 참여할 수 없는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들은 당장 세금을 내려주고, 복지를 이룩할 것처럼 온갖 감언이설을 늘어놓고도 선거가 끝나면 그뿐이다. 세금에 대한 생산성 있는 논쟁이 요구된다. <폴 크루그먼 등 4인 지음/양상모 옮김/오래된 생각 출간/값 1만원>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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