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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버핏인가]8. 버크셔 최악 헛다리 짚고 실패學의 진수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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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빅시리즈 #8. 투자의 귀재도 실패한다

[왜 지금 버핏인가]8. 버크셔 최악 헛다리 짚고 실패學의 진수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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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김보경 기자, 김민영 기자, 주상돈 기자] "내가 정말 실수했다."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도 시장에서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신의 한수'라고 생각했던 과감한 투자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은 경우다. 버핏 자신도 주주들에게 "실수를 했다"고 인정을 할 정도다. 하지만 그의 투자 실수는 그저 실패로만 끝나지 않았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한 후 빠르게 대처해 곧 쓰러질 것만 같았던 회사를 기사회생시켰다. 실수로부터 뼈저린 교훈을 얻어 실패를 기회로 바꾼 것이다.

◆직물공장 문 닫은 버크셔, 최대 투자회사로= 아이러니하게도 버핏이 투자 실패한 대표적인 기업은 그가 현재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다. 본래 버크셔 해서웨이는 미국 직물산업의 중심지인 뉴 베드포드에 자리 잡은 섬유회사였다. 1962년까지 버크셔는 7개 공장에서 6000여명의 직원들이 연간 6000만달러의 판매고를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이런 성장세가 당시 투자조합을 운영하던 버핏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1962년 버크셔의 주식을 7.62달러에 사들이기 시작해 3년 후에 경영권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이후 버크셔의 섬유산업은 외국 업체의 값싼 제품들이 들어오면서 경쟁력을 잃고 말았다. 1980년대 경기침체로 줄곧 손실을 기록한 버크셔는 직물산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결국 1985년 말 버핏은 직물공장의 마지막 가동을 멈추고 섬유산업을 완전히 정리하기에 이른다.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인수를 평소 자신의 가장 큰 투자 실수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그는 단지 싸다는 이유로 끔찍한 사업에 발을 들이는 실수를 했다고 털어놨다. 1989년 버크셔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버핏은 "좋은 기수는 좋은 말 위에서는 능력을 발휘하지만 쓸모없는 말 위에서는 그렇지 못한다"며 "멋진 기업을 적정한 가격에 사들이는 것이 적정한 기업을 멋진 가격에 사들이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이처럼 버크셔 해서웨이 인수는 버핏이 스스로도 인정한 큰 실수였지만, 결과적으론 최대 성공으로 기록됐다. 1960년대 후반 약 1200명이었던 버크셔 주주들은 오늘날 30만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내리막길을 걷던 직물 제조회사의 자산을 50년 동안 관리하며 보험, 은행 등 다양한 산업에 재배치해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지주회사로 만든 것이다.


[왜 지금 버핏인가]8. 버크셔 최악 헛다리 짚고 실패學의 진수 보여줘


◆살로먼 스캔들 해결 위해 고군분투= 버크셔 해서웨이는 1987년 9월28일 거대 증권회사 살로먼 브라더스의 상환전환 우선주에 7억달러를 투자했다. 1910년 설립된 살로먼은 미국 최대 규모의 주식중개업체 중 하나였다. 그동안 월가의 과시욕과 단기거래에 집착하는 행태를 비판하고 조롱해온 버핏이 월가를 대표하는 공룡기업을 인수한 것이다.


버크셔는 살로먼 우선주 투자로 매년 9%의 배당금을 챙길 수 있었고, 배당수익에 대한 세금도 대부분 면제됐다. 하지만 살로먼을 인수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비극이 시작됐다. 투자 타이밍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버핏이 우선주를 매입했을 때 솔로몬의 보통주는 32달러에 거래되고 있었지만 그해 주식시장 붕괴로 주가가 16달러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것은 서막이었다.


무엇보다 버핏이 맞닥뜨린 가장 큰 위기는 1991년에 터진 국채 불법 매입 사건인 이른바 '살로먼 스캔들'이다.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살로먼이 관련 규정을 어겼던 것이다. 더구나 일부 경영진들이 그 문제를 정부에 보고하지 않고 묵인해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 당시 월스트리트 저널은 '큰 거 한 방의 사재기 압박, 살로먼의 채권 경매 규정 위반이 시장을 뒤흔들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시장 조작과 위법 행위 등을 적시하며 사태의 위중함을 공표한 것이다.


결국 미국 재무부가 국채시장에서 살로먼이 갖고 있던 주요 거래업체 지위를 박탈한다는 발표를 하면서 살로먼은 파산 위기까지 몰렸다. 이에 버핏은 곧바로 경영진을 문책, 해고하고 자신이 임시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해 사태 해결에 직접 나섰다. 인수 기업의 경영에 개입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버핏으로선 파격적인 행보였지만 고육지책이었다. 버핏은 보너스를 삭감하고, 부채를 줄이고, 모든 국채 입찰을 적어도 두 차례 비교 검토했다. 또한 모든 직원들에게 통합을 요구하면서 회사를 재정비했다. 버핏은 의회에 출석해 살로먼의 과오를 사과하는 증언을 하는 등 고군분투했다.


이듬해 정부에 금융업계 사상 최대의 벌금(1억9000만달러)과 피해보상비(1억달러)를 지불해야 했지만, 버핏의 활약이 회사의 파산을 막은 건 분명한 사실이다. 이후 1997년 버크셔는 살로먼의 지분을 트래블러스에 팔았다. 살로먼 스캔들로 교훈을 얻은 버핏은 기업의 평판에 누를 끼칠만한 행동을 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평판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무너뜨리는 데는 5분이면 족하다. 그런 점을 생각한다면 다르게 행동하게 될 것이다."


[왜 지금 버핏인가]8. 버크셔 최악 헛다리 짚고 실패學의 진수 보여줘


◆제너럴 리, 실수를 인정하라= 1998년 버크셔는 재보험회사 제너럴 리를 220억달러라는 엄청난 규모의 금액에 인수했다. 버핏은 보험회사를 선호한다. 장기간 높은 수익을 올린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하기 전까지 부동자금이 쌓이기 때문이다. 부동자금은 보험료(보험회사가 받는 돈)와 보험금(보험회사가 지급해야 하는 돈) 사이의 차이로, 주식 채권 등을 매수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자금으로 쓰인다. 버핏은 이를 '플로트(float)의 매력'이라 했다. 실제로 제너럴 리를 인수한 후 버크셔의 부동자금은 1997년 70억달러, 1998년 230억달러로 급증했다.


하지만 1999년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버핏은 "우리는 제너럴 리의 보험 사업에서 엄청난 손실을 보았습니다"라고 밝혔다. 보험사 간 가격경쟁에 따른 저렴한 보험료 탓이었다. 실제로 제너럴 리의 보험료 수입은 2000년부터 6년 동안 30% 감소했다.


2001년 발생한 9ㆍ11 테러로 제너럴 리의 추정손실액이 19억달러로 나타나면서 버핏은 또 한 번 곤욕을 치렀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의 실수를 덮거나 자기합리화에 급급하기보다는 솔직하게 인정했다. 버핏은 9ㆍ11 테러로 인한 손실 보고를 통해 이같이 전했다. "우리를 비롯해 다수의 보험 회사들이 보험약관에 테러를 포함시켰지만 그에 대한 보상비를 보험료에 책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그것은 정말 엄청난 실수였으며 스스로 자초한 것이었습니다."


버크셔의 재정비, 관리를 통해 1년 뒤 제너럴 리는 인수 후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2003년 제너럴 리는 신용평가기관인 피치로부터 최고 신용등급(트리플 A)을 받았다. 또한 제너럴 리는 버크셔가 거둬들이는 현금 수입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 있는 기업이 됐다.


버핏은 매년 연례보고서에서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한 가지씩은 밝힌다. 1989년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만일 우리가 2015년에도 살아 있어서 보고서를 쓰게 된다면, 실수 부분에 대한 글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쪽수를 차지하게 되리라 믿어도 좋을 것이다"라고 적기도 했다. 실수를 드러낸 연례보고서가 기업에 손해를 끼치는 것만은 아니다. 이처럼 기업의 CEO가 실수를 인정하면 주주들과 파트너들의 기대수준을 낮춤으로써 단기수익을 노리는 투자를 막을 수 있다. 버핏은 이러한 기업문화를 활용해 회사에 어울리는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왜 지금 버핏인가]8. 버크셔 최악 헛다리 짚고 실패學의 진수 보여줘


◆블루칩 스탬프 인수부터 SEC 조사까지= 블루칩 스탬프는 버핏이 말하는 가장 큰 투자 실수 중 하나다. 블루칩 스탬프는 1956년 슈퍼마켓 등 소매상인들이 소비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쿠폰 사업을 시작해 몇 년 후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쿠폰 회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버크셔가 매입하기 시작한 1968년 블루칩의 매출은 1억2000만달러였으나 2003년에는 5만달러까지 하락했다. 3년 후 매출은 그 절반 규모로 떨어졌다. 버핏은 이를 두고 '늙은 버핏이 간섭해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매출 감소세는 1970년대 슈퍼마켓들이 할인점과 주유소로 업종을 바꾸면서 일어난 것이다.


블루칩이 버핏의 골칫거리로 등장한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버핏과 그의 투자 파트너 찰리 멍거는 블루칩을 통해 지분 8%를 갖고 있던 웨스코라는 기업이 1973년 다른 금융회사와 합병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저지시켰다. 투자 이익을 기대했던 웨스코가 지나치게 헐값에 팔린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후 두 사람은 합병을 추진하려던 주주의 웨스코 주식을 사들이며 합병 무산으로 뚝 떨어진 당시 시장가격보다 높은 주당 17달러를 지불했다. 합병 저지에 따른 주가 하락에 도의적 책임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포착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블루칩의 불법 주가조작 혐의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웨스코 주식을 싸게 살 수 있었음에도 의도적으로 비싼 가격에 매수했다는 것이다. 버핏과 멍거는 2년간 SEC의 변호사들 앞에서 증언을 해야 했고 필요한 자료를 제공해야 했다.


결국 이 사건은 블루칩이 웨스코의 일반 주주들에게 11만5000달러를 배상하면서 종결됐다. 또한 이 사건 이후 버핏은 복잡했던 주식 소유 구조를 단순화시켰다.


버핏은 실수를 거울로 삼아 기업 운영의 방향을 정한다. 그는 실패에 관한 자신과 동업자 멍거의 철학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나는 사람들이 기업 경영의 성공 사례보다는 실패 사례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비즈니스 스쿨에서는 기업의 성공 사례를 연구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하지만 멍거는 어느 쪽으로 가야 실패하는지 알고 싶어 합니다. 그것을 알고 난 후에는 그쪽으로 가지 않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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