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경쟁 가열에 의뢰인들 "승소하면 착수금에 성공보수 주겠다" 한 뒤 '나 몰라라'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착수금 150만원을 받고 대여금 반환 소송을 수임한 A(35)변호사. 그는 착수금을 시세보다 낮게 잡고 성공보수를 많이 받는 계약을 의뢰인과 맺었다. 의뢰인은 사건을 맡기면서 "지금은 목돈이 없으니 승소하면 착수금에다 높은 성공보수까지 모두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승소해 A변호사가 수임료 지급을 요청하자 의뢰인은 "제대로 변론이 안됐다"며 돈을 주지 않았다. A변호사는 소액사건이라 수임료 지급소송을 내는 것도 포기했고 결국 돈을 떼이고 말았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호사업계 경쟁이 심해지면서 변호사가 일을 하고도 수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집계에 따르면 수임료 관련 의뢰인의 진정은 최근 8년새(2006~2013) 4배가량 늘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의뢰인이 수임료를 주지 않으려고 진정을 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변호사 수임료는 착수금과 성공보수로 나뉜다. 착수금은 사건을 맡으며 받는 돈이고 성공보수는 이겼을 때 받는 돈이다. 이 중 주로 떼이는 것은 성공보수다. 서울변회 소속 한 변호사는 "성공보수를 거의 받아본 적이 없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한변호사협회에서는 성공보수 '선 수령'을 제재하다가 지난해에 회칙에서 이 조항을 없앴다. 최진녕 변협 대변인은 "변호사가 성공보수를 선 수령할 정도 되면 적어도 수임료를 떼이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이를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당연히 받을 것으로 여겨졌던 착수금도 못 받았다는 변호사도 심심찮게 나온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업계가 어렵다 보니 착수금 지급을 나중에 한다는 의뢰인도 모두 용인하게 된다"면서 "이 때문에 승소하고 착수금과 성공보수 둘 다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민사소송의 경우 변호사 몰래 상대방과 합의해 소를 취하해버리고 착수금을 주지 않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수임료를 떼이는 변호사는 주로 개인 법률사무소를 여는 변호사다. 대형로펌의 경우 주로 기업을 상대하기 때문에 돈을 떼일 염려가 적다. 반면 소규모 법률 사무소는 개인을 주로 상대하는 데다 의뢰인에게 착수금과 성공보수 지급을 늦춰주는 경우가 많아 이런 일이 더 잦다.
돈을 떼인 변호사들은 이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내기도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한 대형로펌의 K(41)변호사는 "법원에서는 변호사가 수입이 많다는 인식이 있어서인지 변호사들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 소송을 걸어봐야 별 소용이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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