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현직 판사에게 수억 원대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일명 '명동 사채왕'이 이번엔 사기도박단과 짜고 고리로 판돈을 대주거나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최고 800%가 넘는 이자를 챙기다가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강해운)는 사기 등의 혐의로 대부업자 최모(61)씨를 추가로 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또 최씨의 친형(64)과 사기도박 공범 3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2011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 말까지 사기도박단 일당인 서모(62·여)씨 등과 짜고 한 판에 최대 200만원이 걸린 속칭 '돼지먹기 고스톱'을 벌인 뒤 승부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피해자 위모(71)씨로부터 2억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사기도박단에게 자신의 충북 제천에 있는 별장을 범행장소로 제공하기도 했다.
사기도박단은 피해자를 유인하는 '꽃뱀', 도박자금을 빌려주는 '꽁지', 바람을 잡고 직접 도박을 하는 '선수'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이들은 피해자를 제외한 나머지 일행들에게만 화투패를 분배하는 등의 수법을 썼다. 피해자 위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앞서 강원도 속초의 한 리조트에서도 6500만원을 갈취당했다. 사기도박단의 작전에 휘말린 그는 도박빚을 갚겠다는 차용증을 써줬고 졸지에 수억 원을 날렸다.
최씨는 또 2010년 2월부터 12월까지 돈을 빌리러 온 사람들에게 총 30회에 걸쳐 1841억5000만원을 내주고 18억5970만원의 이자를 받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당시 대부업등의등록및금융이자보호 법률에 따라 대부업의 최고 이율은 49%로 제한돼 있었다. 그러나 최씨 형제는 200억원의 원금을 빌려준 뒤 1일 이자로 4억8000만원을 받아 연 이자율이 무려 876%에 달하는 등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상대로 불법 영업을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는 2012년 4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공갈)과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된 후 2년9개월 넘게 수사와 재판을 반복해서 받고 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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