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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습격]단순변심은 단순한가(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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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변심이란 말을 만들어낸 것은 백화점이나 유통점의 택배회사이거나 홈쇼핑 혹은 인터넷쇼핑 회사일지 모른다. 고객이 물건을 산다고 해놓고, 물건을 갖다 주니 산다고 할 때와 상황이 달라진 게 없고 물건도 하자가 없는데 사지 않겠다고 하거나 다른 걸로 바꿔달라고 하는 경우이다. 제품을 생산하거나 납품해 소비자에게 가져다 준 기업으로선 이미 비용이 발생했고, 번복할 경우 다른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 변심을 받아주는 일이 대개 곤란하다.


변심이란 말 앞에 '단순'이 붙은 이유는, '단순히 마음이 바뀌어 변심했기 때문에'라는 의미일 것이다. 물론 그런 의미를 저렇게 축약해 붙이는 것은 엉터리다. 저런 변심과 대비되는 말은 '복잡변심'일 것인데, 이런 말은 없다. 복잡한 이유로 변심하는 경우는, 두 가지 이상의 이유가 겹쳤다는 의미가 되어버린다. 다시 '단순변심'으로 돌아오면 한 가지 이유로 변심한 것이 되지 않는가.

새롭게 생겨나는 말은 이렇게 뜬금없고 대충대충 상황을 담는 경우가 많다. 단순변심은 한 가지로 변심한 것이 아니라, 제품의 하자와 계약할 때와 상황의 큰 변화가 없고 단지 구매하려던 마음이 바뀐 것이니, 소비자의 마음 변화에 따른 책임을 기업이 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깔고 있는 것이다. 계약의 '강제성'을 강조하는 뜻이다. 사실 소비자가 변심을 했다 하더라도, 기업이 입을 피해가 없거나 오히려 이익을 보는 상황이면 어떨까. 그땐 굳이 '단순'변심을 강조하지도 않을 것이다.


사실 저 말이 쓰이는 것에 담긴 '불편한 심기'는, 변심이란 말에 이미 들어있다. 변심은 그렇게 유쾌하게 쓰이는 말은 아니다. 인간관계에서 변심은 처음의 생각과 달라져 상대를 당혹시키고 있는 상황일 경우가 많다. 이것은 항상성과 일관성 유지의 상식적인 관계의무를 어긴 것이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물음은, 변심에 대한 강력한 힐난이다. 그러나 그 질문 속에는 '이미 변한 사랑'과 '아직 변하지 않은 사랑'간의 갈등과 혼선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사랑은 변한다. 마음도 변한다. 변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할 말이야 없지 않을 것이다. 변심했다고 지목받는 사람은, 자신이 변심한 게 아니며, 상대가 나를 변심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관계의 상황이야 워낙 변수가 많으니 누가 변심의 책임자인지 따지는 것도 신중하고 세밀해야 한다. 하지만 변심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변심했다고 질타받으면 언짢다. 변심이란 말을 쓰는 것은 대개 자신에 대한 표현이 아니며, 상대방에 대한 비난의 눈길을 포함한다.


단순변심이란 말은, 일반 관계에서의 이 묘한 말을 끌어다가 소비자를 잔뜩 찌푸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말이다. "소비자가 왕이라고 해줬더니 진짜 왕인줄 아나?" 그 말이 목젖까지 걸려있는 게 단순변심이란 표현이다. 그러나 고객에게도 할 말이 있는 경우가 있다. 인터넷에 표현된 것을 잘못 봤다거나, 착각하기 쉽게 표현한 구절이 있었다거나, 주의 표시를 한 것을 보지 못했다거나 하는...내가 변심한 게 아니라 너희들이 원래 야바위처럼 한 거야. 이런 기분을 지닐 때가 있다. 이때 변심은 억울한 말이다. 마음을 바꿔먹는다는 말에는, 이보다는 조금, 결단의 주인공에게 온정적인 '개심(改心)'이란 말이 있다. 더 좋은 조건과 더 좋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 마음을 고치는 일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이 말이 맞지 않을까.



'낱말의 습격' 처음부터 다시보기


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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