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진상규명·재발방지·신변보장약속 등 선행 요구
[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북한이 남북대화를 위해 요구하고 있는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류 장관은 그러나 관광이 중단된 원인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 첫 번째 할 일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류 장관이 2013년 10월22일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초청 간담회에서 재개용의를 밝힌 이후 처음으로 금강산 관광 재개 용의 의사가 있음을 분명히 밝힌 것은 이례적이지만 북한 당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 붙어 있어 성사는 쉽지 않아 보인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시간변수에 얽매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길재 장관은 25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2008년 이후 중단돼 온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선 박왕자씨 피격 사망사건에 대한 남북간 협의가 기본"이라면서 "관광이 중단된 원인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 첫 번째 할 일"이라고 밝혔다.
금강산 관광은 1998년 11월18일 관광선 '금강 호'가 이산가족을 포함한 한국 관광객 820여 명을 태우고 북한의 장전항에 입항하면서 시작했다. 그러나 2008년 7월 한국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망 사건으로 중단된 뒤 지금까지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통일부는 그동안 금강산 관광중단은 관광객 피격 때문인 만큼 관광 재개를 위해서는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약속과 한국 관광객의 신변안전 보장 등 북한 당국의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따라서 류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이 문제를 북한 측이 이행하면 금강산 관광도 재개할 수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보인다.
류 장관은 "(관광 대가가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자금으로 전용되는 것 아니냐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금강산 관광 재개가 현재 유엔의 대북제재 규정과 딱 일치하는 부분들이 분명히 드러나 있지는 않기 때문에 그것은 유엔 안보리에서 판단을 경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 장관은 '박근혜 정부 출범 3년차인 올해가 남북정상회담 적기가 아니냐'는 질문에 "시간에 쫓겨서 회담을 하면 우리가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 본다"면서 "시간 변수가 중요하긴 하지만 거기에 얽매이진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통일이나 평화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이 됐을 때 해야지 효과가 있는 거지 그냥 만나는 게 의미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류 장관은 남북대화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도 신년사에서 전에 없던 표현을 쓴 것으로 봐서는 대화에 대한 필요성이나 의지 같은 것은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우리의 대화 제의에 구체적인 응답을 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류장관은 남쪽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것과 미국관계를 보면서 남북관계에 나오려는 것으로 추측했다.
류 장관은 추가 대북제안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한이 우리의 제안을 거부하지는 않았다"면서 "북한이 우선 답을 주는 것이 순서"라고 답했다.
류 장관은 러시아가 5월 개최할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 계기에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부가 토론하고 있다는 이유로 답하지 않았으며, 김정은의 참석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의 외교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다"는 이유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팀스피리트 훈련 중단과 같은 방안을 일시 검토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류 장관은 "북한이 3차례나 핵실험을 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한다면 국민들로부터 전혀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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