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현대기아차가 지난해 환율 탓에 힘든 영업을 했다. 판매대수로는 역대 최다 기록을 쓸 정도로 많이 팔았지만 과거에 비해 손에 쥔 돈은 줄었다.
23일 기아차가 발표한 지난해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은 2조5725억원으로 전년보다 19% 줄었다. 연간 실적이 2조원대 중반까지 떨어진 건 2010년(2조4900억원) 이후 4년 만이다. 전일 실적을 발표한 현대차 역시 영업이익이 9.2% 줄어든 7조5500억원을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해외에 완성차공장을 두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국내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는 물량이 상당수인 만큼 현대기아차에게 저환율은 비우호적인 환경이다. 지난해 국내공장 생산판매실적을 보면 현대차는 전체 생산물량의 64%를, 기아차는 71%를 해외에 수출한다. 환율변동에 따라 기아차의 수익성이 더 크게 바뀌는 것도 수출비중이 더 높기 때문이다.
원ㆍ달러 환율이 낮아지는 건 국내에서 생산한 완성차의 가격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같은 제품을 해외에서 살 때 더 많은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아울러 같은 제품을 팔았더라도 원화로 바꾸면 떨어진 환율만큼 적은 돈을 쥐게 된다. 완성차업체가 저환율을 달가워하지 않는 배경이다. 지난해 원ㆍ달러 평균환율은 전년보다 3.8% 정도 줄었다.
반면 2013년 이후 이어진 일본 정부의 양적 완화정책으로 엔저현상이 이어지면서 일본 완성차업체는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자국에서 생산한 차의 수출이 크게 늘었고 수익성은 더 좋아졌다. 미국, 유럽, 중국 등 해외 주요시장에서 경합도가 높은 현대기아차가 고전하고 있는 배경이다.
특히 미국에서 지난해 신차가 없었던 기아차의 경우 4분기 들어 인센티브(판매장려금)를 크게 늘리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졌다. 환율여건은 3분기보다 나아졌으나 영업이익률은 2012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4.3%까지 떨어졌다. 주머니가 두둑해진 일본 업체가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강화하는 등 공세적으로 시장확대에 나서면서, 현대기아차 역시 최근 기존 제값받기 고수정책에서 벗어나 할인폭을 늘리고 다양한 금융상품을 내놓는 등 맞불작전을 펼치고 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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