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적자로 자본잠식 위기 극복 눈속임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최근 '땜질식' 증자와 감자로 연명하는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연말연초 누적 적자로 자본잠식 위기에 처한 한계기업들이 관리종목 지정과 증시퇴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눈속임에 나서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고려포리머는 402만여주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10억원 규모의 유증을 실시한 지 한 달도 채 안되서다. 총 45억원 규모로 이 회사가 지난해 기록한 적자분(3분기 누적기준 당기순손실 56억원)을 유상증자로 메울 태세다.
2012년부터 연속 적자행진을 벌이고 있는 폴리비전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폴리비전이 두해 동안 기록한 적자 총액은 2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5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012년부터 두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110억원을 조달했지만 2013년 3분기 말 기준 자본금 111억원, 자본총계 90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늘어난 자본금 해결책으로는 감자를 택했다. 2013년 12월 무상감자로 265억원대인 자본금을 88억원으로 줄였다.
대한전선 자회사인 티이씨앤코는 2012년부터 2014년 3분기까지 3개년 연속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이 기간 적자 총액은 1425억원을 훌쩍 넘는다. 누적 적자로 지난해 1분기말 자본잠식률 80.9%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이어 2분기말에는 자본총계 -24억원의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상장폐지 위기에 몰릴 수 있게 된 것. 결국 감자 후 증자라는 비상처방을 택했다.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10대 1의 무상감자가 완료되면서 티이씨앤코의 자본금 262억원이 26억원으로 줄었다.
이후 지난해 8월 증자 결정 공시를 내놓은지 5개월이 다 돼가도록 아직 완료 공시가 나오지 않고 있다. 96억원 규모의 증자가 완료되면 자본잠식 상태에서 탈피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10%를 넘었던 코아크로스도 이후 유상증자를 4차례나 단행, 47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코아크로스는 2013년, 2014년 3분기 누적 각각 93억원, 6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의 주가에는 재무상태가 반영되지 않는 모습이다. 고려폴리머는 연초부터 사유없이 주가가 70% 이상 급등했고, 폴리비전도 재무상태 악화에도 과거 희토류 테마주로 묶이며 주가가 급등하는 패턴을 보인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영위기에 몰린 기업들이 펀더멘털 개선 대신 비상처방인 감자와 증자를 통해 눈속임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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