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7시간' 산케이 前 지국장 재판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비선실세' 의혹을 받는 정윤회(60)씨가 법정에서 세 시간 동안 입을 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보도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48) 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에 대한 재판에 19일 증인으로 나온 그는 자신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 이후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가장 많은 얘기를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동근)의 심리로 이날 오후 3시 반부터 시작된 증인신문에서 정씨는 비교적 차분하게 답했다. 하지만 정씨의 진술은 세 가지 공방에 대한 명쾌한 답이 되지는 못했다.
◆세월호 사고 당일 행적 번복한 이유는
가토 전 지국장의 변호인 측에서 집중 제기한 의문은 "검찰에 출석했을 때와 출석 며칠 뒤 왜 진술을 번복했는가"다. 정씨는 검찰 출석 때 "세월호 사고 당일 집에 있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며칠 뒤 검찰 수사관으로부터 발신자 위치추적 조회에서 평창동 위치가 잡혔다는 전화를 받고는 "그날 점심 때 평창동에 있는 역술인 이세민씨 집에 갔었다"고 번복했다. 정씨는 법정진술에서 이 의문에 대해 "이날 일이 검찰조사 당시에도 4개월 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검찰의 첫 조사에서 "4월16일 저녁에 예전 직장 동료와 저녁식사를 했다"고 언급했던 그가 저녁 자리는 기억하고 점심 자리는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조선일보 칼럼과 다른 잣대?
왜 가토 전 지국장에게만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되는가에 대해서도 공방이 벌어졌다. 가토 전 지국장이 써서 기소된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났을까'기사는 지난해 8월3일 산케이신문에 실렸다. 이 기사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이 7시간여 가량 파악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시중에 떠도는 사생활 관련 루머를 다뤘다. 변호인 측은 검찰에 대해 가토 전 지국장의 기사는 7월18일자 조선일보에 게재된 칼럼을 인용한 것인데 검찰과 고발인이 왜 가토 전 지국장의 기사만 문제 삼느냐고 지적했다. 반면 검찰은 조선일보의 칼럼은 가토 전 지국장의 기사와 정도면에서 전반적으로 다르고 산케이의 기사는 명백한 허위라고 주장했다. 정씨도 "조선일보의 칼럼은 '박 대통령에 대한 이런 사생활 소문이 있는데 이것이 돌지 않도록 진상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가토 전 지국장의 기사는 박 대통령과 본인이 남녀관계로 만났다는 인식을 갖게 한다"며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朴대통령과 2007년 이후 만난 적 없나
박 대통령과 정씨가 긴밀한 관계냐에 대해서도 공방이 벌어졌다. 이른 바 '비선의혹'과 관련된 부분이기도 하다. 검찰은 법정에서 "이 사안이 보도의 진위 여부와 무슨 관련이 있나"고 지적했지만 변호인은 "긴밀한 관계라고 보도에서 의혹을 제기한 부분이 사실인지 판단하는 데 중요하다"며 반박했다. 정씨는 이에 "박 대통령과 2007년 이후 만난 적 없다"고 하면서도 "2012년 대선 이후 박 대통령에게 온 전화를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이혼 전 처가와 박 대통령 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그냥 알고 지낸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가토 전 지국장에 대한 재판은 내달 23일 오후 2시 다시 열린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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