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기→이정협
李東國→李同國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축구대표팀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이정협(24·상주). 그의 원래 이름은 이정기였다. 지난해 1월 상주 상무에 입대하면서 이름을 바꿨다. 개명 덕인지 이정협의 축구 인생은 확 달라졌다. 상주 데뷔 경기(2014년 3월 9일·2-2 무)에서 인천을 상대로 골을 넣었다. 지난해 11월 29일 경남과의 홈경기(3-1 승)에서는 헤딩으로 두 골을 기록했다. 이 경기를 지켜본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이정협을 발탁했다. 이정협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앞두고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친선경기(4일·2-0 승)에서도 득점했다.
대법원이 집계한 지난해 개명 신청자 수는 14만5113명(2014년 11월 기준). 2008년부터 매년 16만 명 안팎으로 신청이 몰린다. 운동 선수들에게도 이름을 바꾸려는 시도가 낯선 광경은 아니다. 대개 부상이나 부진 등 안 좋은 일이 겹쳤을 때 분위기 전환을 위해 개명을 선택한다. 한글 이름을 유지하면서 한자만 변경하는 경우도 있다.
프로축구 전북현대의 이동국(36)은 2007년 이름 중에 '동녘 동(東)'자를 '같을 동(同)'으로 바꿨다. 그는 개명한 뒤 K리그 클래식 우승 3회(2009, 2011, 2014년), 최우수선수(MVP) 3회 수상(2009, 2011,2014년) 등 제2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이상민 감독(43)도 전주 KCC에서 선수로 뛰던 2001년 잦은 부상을 떨쳐내고자 '민첩할 민(敏)'에서 '온화할 민(旼)'으로 바꿨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집계에 따르면 그동안 서른네 명이 개명 선수로 등록했다. 손아섭(27·롯데)이 대표적이다. 원래 손광민이었던 그는 "야구를 더 잘 하고 싶어서" 2009년 이름을 바꿨다. 그는 2010년 타율 0.306, 11홈런, 47타점을 올리며 두각을 나타내고, 5년 연속 타율 3할 이상으로 승승장구했다.
개명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성공은 인내와 노력의 결실이다. 다만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전보다 더 땀 흘린다는 점에서 '효과'는 있을 것이다. 개명도 내키는 대로 하지 않는다. 한 역술인은 "사주를 먼저 보고 맞는 한자와 획순까지 따진다. 타고난 운명에 어울리는 이름을 짓는다"고 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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