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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라이프 3.0]"단절과 폐쇄, 망명, 탈출‥사이버 유목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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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인공의 이웃과 고독'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우리는 '인공의 이웃'과 산다. 그 대신 친구, 가족 등과는 멀어졌다. 우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한꺼번에 다중과 얘기하고 한자리에서 여러 장소의 사람과 접촉한다. 그리고 SNS에 자신의 삶을 전시하고, 또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보며, 때로 소곤대고, 때로 왁자지껄하게 밤낮 소셜파티를 즐기느라 여념 없다. 그러나 고도의 정보기술 기반은 시간과 공간의 속박을 벗어나게 해준 반면 새로운 문제를 낳았다. 과거를 잊을 권리', '피하고 싶은 사람을 피할 권리'가 상실되고, 신상 털기, 과잉 노출, 국가기관의 감시, 소통의 피로감 등 부작용도 심각하다. 이에 SNS 상에는 스스로 단절과 폐쇄, 망명, 탈출 등 다양한 유목 형태도 나타나고 있다. <편집자 주>


◇SNS 피로감= 최근 SNS 이용 문화는 다중을 향한 '말하기'에서 '폐쇄형 소통'과 '보여주기'로 변모하고 있다. 소통 방식 또한 '글자' 중심에서 '사진' 중심의 소통, 특정한 동호인 형태의 소통 등 SNS 상의 '관계 맺기'가 예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특히 커플들은 폐쇄형 SNS로 대거 이동중이다. 젊은 커플들은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는 둘만의 공간에서 아주 특별한 소통을 누리려고 스스로를 가뒀다. 이런 소수만을 위한 폐쇄형 네트워크는 갈수록 맹위를 떨친다. 불특정 다수에 자신을 드러내는 SNS 방식에 대한 피로감 누적이 불러온 결과다.

작년 9월 KT경제경영연구소가 국내 이용자들이 많이 쓰는 주요 SNS의 이용자 수 추이를 분석한 결과 2013년 9월을 기점으로 폐쇄형 SNS 이용자 수가 개방형 SNS 이용자 수를 추월했다.조사 대상은 밴드, 카카오그룹, 데이비, 비트윈, 패스(이상 폐쇄형),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이상 개방형) 등 8종이다. 폐쇄형 SNS 5종의 활동 사용자(MAU)는 재작년 3월 503만명 수준이었으나 작년 2월 1320만명으로 늘어났다.


이 같은 폐쇄형 SNS는 젊은 층은 물론 게이 혹은 트랜스젠더 등 다중과 얘기를 나누기 어려운 커플들이 모바일을 통해 자신들의 감정과 일상, 추억 등을 많이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현재 젊은 층 커플의 40% 정도가 폐쇄형 서비스로 이용하고 있다. 이들은 이모티콘 '이벤트 박스' 기능 등으로 대화를 주고 받으며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조사한 '국내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이용실태'에 따르면 우리나라 작년 이용자의 40.1%는 누리매체 이용에 짜증 난다고 답했다. 이어 개인정보 유출(20.7%), 과다한 정보에 대한 번거로움(26.5%), 작성게시물내용 고민(19,5%), 관계에 대한 부담감(13.3%) 등 불안과 갈등을 표시했다.


이에 취향이 같은 사람끼리 어울리는 SNS도 북적인다. 커리어 중심의 SNS인 '링크드인', 소셜 뮤직서비스인 '리슨미', 지인들과 중고거래 SNS인 '후즈클럽' 등에는 소통의 새로운 분화 양상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SNS 사용에 따른 자기 정보 및 감정의 과잉 노출 피로감으로 트워터나 페이스북 등 다중을 대상으로 한 공간에서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는 기존 SNS에선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개인 정보마저 노출돼 뜻하지 않는 불편함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또다른 망명객들= SNS 이용자에게 빅브라더의 출현도 불안과 공포를 야기한다. 작년 SNS 이용 문화와 관련 '사이버 망명'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는 세월호 사건 관련 집회·시위자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수사기관에 무차별적으로 제공됐다는 사실이 확인된 데서 기인한다.


카카오톡 이용자는 2600만명으로 대화 내용이 감시의 대상이라는 게 알려져 수많은 사람들이 텔레그램이라는 곳으로 금시초문의 사이버 망명길에 나섰다. 텔레그램은 메신저 이용자들이 국가기관의 감청권(사이버 검열)이 미치지 않는 해외에 서버를 둔 SNS 서비스다. 이와 관련 전병헌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사찰 위험이 더 커질 경우 해외 망명자들은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이는 감시와 사찰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한국적 현실의 한 상징으로 우리 사회의 자유로운 소통과 대화를 차단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조사 업체 랭키닷컴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0월 독일산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의 국내 사용자가 262만4788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불과 일주일 전에 138만1103명이었던 사용자 수가 2배 가까이 늘었다. 텔레그램의 일평균 사용자도 121만1746명을 기록, 보름 전 61만1783명보다 2배 증가했다. 결국 조지 오웰이 우려했던 '빅 브라더'의 출현으로 현재 사이버 망명객들은 '우주회'라는 이름으로 망명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소하게 나눴던 대화와 교제, 일상의 나눔이 감시대상이 될 수 있다는 충격적이고 우울한 경험은 간단히 치유될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이용 문화 절실=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수많은 친구들을 만들고 이해를 같이 하는 집단들끼리 어울려 거대한 '정치광장'을 이루기도 하지만 친구, 가족, 직장 동료 등 생활속의 실제적인 인간관계는 더욱 약화되고 있다. 가령 친구맺기를 요청해오는 직장 상사나 시어머니, 학교 선생님 등을 피할 수 없어 전전긍긍하는 일들이 많다. 페이스북 등 SNS는 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서 감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노출 피로감은 만만치 않다.


'잊혀질 권리', 즉 '잊혀지지 않았을 때'의 폐해가 얼마나 큰지를 알려주는 사례는 많다. 특히 SNS에서 그저 작은 수다도 순간의 감정 표출도 나중에 검열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여전히 중요한 화두다. 작년 7월 한 고등학교 교사는 TV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이후 인터넷에서 과거 인터넷 댓글들을 문제 삼는 네티즌들로부터 '일베충'(인터넷 사이트 '일간 베스트' 회원'을 낮춰 부르는 말)이라고 낙인 찍혀 모든 신상정보가 털렸다. 해당 교사는 학교 동문 및 동기, 지인들에게 사과의 글을 올리고 '일베충'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에게 새겨진 주홍글씨는 지을 수 없게 됐다.


이로 인한 '인격 살인'도 정도를 넘는다. 작년 말 TV의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등장한 여고생은 인터넷에서 일진설에 휘말려 곤혹을 치렀다. 평소 '돈을 빼앗고 친구들을 왕따시켜 방송 출연은 안 된다'는 나용이었다. 증거나 피해자들의 발언도 없는 일방적인 주장이었지만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처럼 스마트폰이 일반화되고, 무한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타인의 삶에 폭력을 가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최근 직장인 김종호(46)씨는 페이스북, 트워터 등 SNS를 중단했다. 그의 중학생 딸은 카카오톡을 통해 거친 욕설을 하는 친구들 때문에 등교를 거부하면서 온라인상의 소통에 환멸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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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상의 신상 털기, 욕설, 명예훼손 등도 당연히 불법이다. 작년 9월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은 이를 재확인한 사례다. 이 건은 사립 명문대 인터넷 사이트에서 다툼을 벌이다 상대방 신상을 공개한 30대 남성이 수백만원대 벌금형과 손해배상을 물게 됐다. 명문대 재학생 A(28)씨는 2009년 4월 학교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졸업생 B(35)씨의 글에 반말 댓글을 달았다. B씨는 A씨 댓글 밑에 그를 무시하는 취지의 욕설 댓글을 썼고 이들은 이후에도 수개월 동안 게시판에 서로를 비방했다. 이에 B씨는 A씨의 신상 정보를 학교 게시판에 공개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신상 털기는 오늘날 가장 손쉬운 인격 살인 방법이 됐다”며 “바람직한 인터넷 문화를 위한 사회적 자정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SNS에서 개인의 신상털기, 개인정보의 노출 및 무단 도용, 과거 발언, 공개 위험성 등은 여전히 오해와 불안을 야기하는 요인이다. SNS는 사람들간의 관계 형성을 도우면서도 신상털기에 이어 개인의 사생활 침해, 다중에 의한 마녀사냥식 여론몰이, 지나친 논박 등의 폐해와 부정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악성 댓글과 같은 가상공간의 폭력 수위로 온라상의 관계 맺기가 두려움으로 변질됐다. 온라인상에서 다중과의 대화가 늘어났음에도 현실 속 실질적 만남, 대화가 실종된 탓이다. 여기서 우리는 SNS 이전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진정한 소통과 성숙한 이용, 보다 본질적인 관계맺기, 고립된 삶을 탈피하고 사람을 공유하는 사회를 지향할 수 있는 노력이 요구된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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