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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숲 해설가’로 변신한 조연환 전 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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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산림교육전문가자격증 받아 숲, 나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호흡하며 새 삶 시작…“한국산림아카데미 교육생 이끌며 숲 기행, 등산 등으로 재능기부·봉사 꿈도 꿔”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겁게 살기 위해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숲 해설가의 길을 걸으려고 한다.”


조연환(67) 전 산림청장이 숲 해설가로 변신해 화제다. 공익재단법인 천리포수목원장과 한국산림아카데미 이사장으로 활동 중인 조 전 청장은 지난날 화려했던 직(職)에 매이지 않고 새해부터 숲 해설가란 소박한 신분으로 나눔과 봉사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자연인으로 돌아가 숲, 나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호흡하며 새 삶을 살기로 하고 지난해 12월24일 숲 해설을 할 수 있는 산림교육전문가자격증을 받아 현장을 뛰고 있다.


더욱이 평생 가정주부로 살아온 조 전 청장의 아내(정점순·69)도 산림교육전문가자격증을 따 부부 숲 해설가가 됐다. 두 사람의 대화도 자연스럽게 숲과 꽃에 대한 것들이 많다.

조 전 청장이 숲 해설가가 되기까지엔 나름대로의 소신과 철학에서 비롯됐다. “산림청장까지 한 사람이 무슨 숲 해설가자격증이 필요하냐고 말하는 이들이 있지만 그렇잖다. 새로운 삶의 동기부여를 위해서라도 자격증을 따야한다고 마음먹었다. 관련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으면서 활동계획을 세우는 기회도 됐다.”



숲에서 행복한 삶을 나누고 있는 그는 지난해 말로 공익재단법인 천리포수목원장 임기를 마쳤다. 그러나 아직까지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아 자리를 털고 나올 수 없는 상황이어서 짬짬이 숲 해설을 하고 있다.


40여년 산림분야 공직생활을 해온 그는 태안군 소원면에 있는 천리포수목원 등지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나무와 산, 꽃 해설을 꼼꼼하게 해줘 인기다. 풍부한 이론과 실무지식으로 현장감은 물론 깊이가 있다는 평가다.


조 전 청장은 “숲 해설로 나무, 숲, 산에 대한 사랑과 경륜을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며 “산림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남은 삶 동안 집 사람과 함께 산림가치를 알리는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날씨가 풀리면 ‘조연환·정점순이 함께 하는 숲과의 데이트’ 프로그램을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천리포수목원에서 펼칠 생각이다.


게다가 한국산림아카데미 교육생들을 이끌며 전국의 숲 기행, 등산으로 재능기부와 봉사하는 꿈도 꾸고 있다. 오는 27일 한국산림아카데미, 대전시, 대전시교육청이 협약을 맺는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1948년 3월 충북 보은서 태어난 조 전 청장은 19살에 9급 공무원으로 산림청에 들어와 일하면서 1980년 기술고시(16회)에 합격, 국유림관리국장 등을 거쳐 제25대 산림청장을 지냈다. 뛰어난 글 솜씨로 2000년 문단에 등단, 여러 권의 시집과 ‘산이 있었기에’ 등 수필집을 낸 프로문인이기도 하다.


수필집 제목처럼 그는 “산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백두대간이 파헤쳐지는 현장을 본 뒤 백두대간을 지켜내려는 10년간의 싸움을 했고, 결국 그 싸움에서 이겨 백두대간 마루금 꼭대기에서 승리의 함성을 외쳐 매스컴을 탔다.


호가 은산(恩山)인 그는 38년4개월 동안 산을 어머니로 믿고 고통 받는 숲을 숲답게 가꾸기 위해 노력한 공적을 인정받아 대통령표창, 홍조근정훈장, 황조근정훈장, ‘자랑스러운 방송통신대학인상’과 녹색공무원상을 받았다.


서울 면목동 동일교회 은퇴장로이면서 재단법인 한국숲재단 이사장, 숲전문 시민단체인 ‘(사)생명의숲 국민운동’ 상임공동대표 등도 맡고 있다. 충남 금산군 남일면 신천리 봉황천변에 녹우정(綠友亭)을 짓고 15년째 아내와 나무를 돌보며 농사짓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왕성상 기자 wss4044@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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