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국회에 발묶인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
-징벌적 과징금제도·손해배상책임 법안 등 합의 안돼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앞으로 똑같은 정보유출 사태가 터져도 피해는 소비자 몫이 됩니다. 답답합니다."
카드사 정보유출로 피해를 본 고객들의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한 변호사의 일갈이다. 1억건이 넘는 카드사 고객개인정보가 유출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재발방지를 위한 관련 법률은 여전히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정보유출사태 이후 제시됐던 법안들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시간이 지나자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통과가 되지 못한 것이다.
6일 국회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마련된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의 핵심은 제3자 및 계열사 정보 제공을 제한하고 명의 도용이 우려될 때 조회 중지 청구권을 부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과태료 상한액을 현재의 약 2배로 높이는 한편 징벌적 과징금제도를 도입해 실제적 손해배상을 가능하도록 했다. 개별 금융협회가 관리하고 있는 신용정보를 한 기관에 집중하도록 하는 '신용정보 집중기관' 신설 등도 있다.
지난해 1월 발생한 개인정보유출 카드3사의 과징금 및 과태료 내역은 롯데카드 과징금 5000만원과 과태료 600만원, NH농협카드 과태료 600만원이고 KB국민카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검토 중이다. 롯데카드는 정보 제공 동의를 하지 않으면 카드를 발급해주지 않은 점 때문에 과징금까지 물게 됐다. 신규 카드 발급 등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중지됐던 '영업정지 3개월'에 비해 비교적 가벼운 벌금을 낸 까닭은 현재 과태료 600만원과 과징금 5000만원이 법정 상한선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신용정보보호를 소홀히 해 사고가 난 경우 과태료 상한액을 현재 6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까지 올리자는 법안이 제기됐다. 관련 매출액의 1%를 징벌적 과징금으로 부과하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만약 개인비밀정보 분실의 경우에는 최대 50억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마련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손해배상책임에 대한 법안도 통과되지 못해 정보유출과 같은 사고가 또 발생했을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이 된다. 현재 정보유출로 피해를 받은 카드사 고객들은 카드사와 소송을 진행 중이지만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카드사들은 피해를 입은 고객에게 실질적인 피해 증거를 제시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카드사와 소송을 진행 중인 이흥엽 변호사는 "사건 발생 인지 시점부터 3년이 경과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돼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은 배상을 받을 수 없는데 카드사들은 이러한 점을 이용해 소송을 지연시켜 소를 제기한 사람에 한해서만 배상을 해주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집단소송제 관련 법률안이 미비한 것도 문제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가 여러 명일 때 일부 피해자가 대표해서 소송을 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소송의 결과는 모든 피해자에게 적용된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특성상 피해액을 산정하기 쉽지 않고 어디에서 정보가 유출돼 피해를 입었는지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집단소송제를 통한 피해구제가 효과적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현행법에 의해서는 금액 자체가 금융사에 부담이 되지 않는데다 과징금이나 과태료는 세금으로 환원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 피해구제와는 거리가 멀다"면서 "손해배상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소비자 보호에 더욱 신경을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 협회가 따로 관리하고 있는 신용정보를 한 기관에 모아서 관리하도록 하는 집중기구의 설립도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집중기관 한 곳에 정보를 모아 정부 차원에서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이지만 오히려 집중공략 대상이 돼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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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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