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KB금융그룹의 통신·전산사업 추진 과정에서 특정 납품업체가 선정될 수 있도록 알선하고 수천만원대의 금품을 챙긴 김재열 전 KB금융그룹 전무(46)가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전무는 부인의 차량 운전자 월급에 변호사 선임 비용까지 업체에 떠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후곤)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금융지주회사법 위반 혐의로 김 전 전무를 구속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전무는 2012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소프트웨어 개발·유지보수 업체 M사 조모 대표(45·구속기소) 등에게 KB금융그룹이나 국민은행이 추진하는 각종 사업을 수주할 수 있도록 직간접적인 도움을 주는 등 자신의 직무와 관련한 일을 알선하고 6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전무는 KB금융그룹 통신인프라 고도화사업(IPT)을 추진하면서 KB금융지주 회장 선거 당시 임영록 전 회장을 지원하지 않은 IT업체 C사를 밀어내고, 조 대표가 소개한 G사를 밀어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C사는 통신사들로부터 선정이 유력시되던 업체였지만 김 전 전무 등의 방해로 결국 탈락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전무는 IPT 1차 사업자인 KT 임모 전무 등에게 'C사를 배제하고 G사를 협력사로 선정하라'는 뜻을 전하고, '조 대표를 잘 부탁드린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KT 임원들에게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전무의 지원을 받은 G사는 KT의 협력사로 선정돼 145억원 상당의 납품계약을 맺었고 조 대표가 있던 M사는 G사와 허위용역 계약을 체결하는 수법 등으로 수십억원대의 이득을 챙겼다.
주전산기 전환 사업에서도 김 전 전무의 비리는 계속됐다. 김 전 전무는 2013년 7월 서울 중구 KB금융지주 사무실에서 조 대표를 만나 그룹의 IT사업 현황자료를 보여준 뒤 조 대표가 주전산기 전환 사업에 관심을 보이자 이를 적극 지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 전 전무는 유닉스 시스템 전환 사업자 선정에 참여할 O사의 영업사로 M사가 선정될 수 있도록 하고, KB국민은행 담당자들에게 유닉스시스템 전환으로 예상되던 비용 항목을 삭제하도록 해 시스템 전환을 유리하게 했다.
특정업체에 이같은 특혜를 제공한 김 전 전무는 금감원이 KB국민은행 주전산기 전환 사업과 관련한 검사를 실시하자 지난해 6월 조 대표에게 변호사 선임비용을 요구하며 현금으로 2000만원을 수수했다. 또 2012년 9월부터 지난해 10월말까지 자신의 부인 권모씨의 운전기사 2명을 M사 직원으로 등록해놓고 M사에서 월급을 지급하도록 했다.
김 전 전무는 지난 2005년 이전 직장인 한 회계법인에 근무하면서 조 대표를 만나 오랫동안 친분을 쌓아 온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전무는 2013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KB금융그룹의 IT관련 계약체결 현황이나 업체, 계약금, 구매단가 등을 총 5차례에 걸쳐 조 대표의 이메일로 보낸 사실도 드러나 외부 공개가 금지된 자료를 누설한 금융지주회사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전 전무는 지난해 9월 말께 금융감독원이 KB국민은행 주전산기 전환리스크 축소 등 경영관리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정직 처분을 내린 후 3개월 뒤인 12월 중순 퇴직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달 23일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59)을 소환해 KB금융그룹의 인터넷 전자등기 시스템 사업과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체 L사로부터 1억원 상당의 주식을 받았다는 의혹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조만간 임 전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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