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땅콩 리턴'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0)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이 30일 발부됐다.
이에 따라 땅콩을 봉지채 서비스 했다며 본인의 분을 참지 못해 항공기를 돌리는 초유의 사태를 벌인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이날 조 전 부사장에 대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서울서부지법 김병찬 영장전담 판사는 "피의자들의 혐의 내용에 대한 소명이 이뤄졌다"며 "사건의 사안이 중하고 사건 초기부터 혐의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볼 때 구속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증거인멸 및 강요 혐의를 받는 대한항공 여모 객실승무본부 상무(57)에 대한 구속영장도 함께 발부됐다.
아래는 사건 일지.
◆사건의 발단 마카다미아넛=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발 인천행 KE086 항공기 일등석에 탑승한 조 전 부사장은 승무원이 봉지채 마카다미아넛을 가져오는 서비스를 했다며 문제를 삼았다. 이어 책임사무장을 항공기에서 내리게 했다. 이 과정에서 이륙 준비 중이던 항공기는 탑승구로 돌아와 사무장을 내렸다.
◆대한항공 "임원의 당연한 지적"= 사건 발생 3일 뒤 사건이 알려지면서 대한항공은 사과에 나섰다. 조 전 부사장의 조치는 지나친 행동이었지만 임원으로서 당연한 지적이라는 게 사과문의 골자다. 사건의 책임을 승무원에게 떠넘긴다는 여론이 일어나면서 대한항공은 뭇매를 맞았다. 조 부사장은 사표를 제출했고 국토교통부는 이 사건이 항공법을 위반했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참여연대 검찰 고발= 다음날인 9일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는 조 전 부사장을 항공법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조현아의 아비로서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조 전 부사장을 모든 보직에서 사퇴시키겠다고 밝혔다.
◆조현아 "죄송하다"= 검찰은 11일 대한항공을 압수수색했다. 조 전 부사장은 12일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출석해 승무원들에게 사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항공기에서 내쫓긴 박창진 사무장은 TV뉴스를 통해 대한항공이 거짓 진술을 강요했으며 조직적인 은폐하려 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조 전 부사장은 14∼15일 이틀에 걸쳐 박 사무장과 승무원의 집을 찾았지만 승무원은 집에 없었다.
◆검찰 "전방위 조사 실시"= 국토부는 16일 대한항공에 대해 운항정지 또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행정처분을 결정하고 조 전 부사장을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의 출국 금지 조치는 물론, 해당 항공기 사무장, 승무원, 일등석 승객 등을 조사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17일 12시간 동안 검찰에서 조사받았다.
◆대한항공 은폐 의혹 조사로 번져= 특히 검찰은 박 사무장의 폭로처럼 국토부 조사시 대한항공 객실 담당 여모 상무를 동석시키고, 그가 조 전 부사장을 두둔했는지 등을 수사하기 시박했다. 참여연대와 경실련은 잇따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여 상무는 지난 18일 검찰에 사건을 최초 보고한 이메일 삭제를 지시하고 거짓 진술을 강요한 혐의를 일부 시인했다. 검찰은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입건했다.
이어 검찰은 24일 오전 조 전 부사장에 대해서는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 형법상 강요·업무방해 등 네 가지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여 상무는 증거인멸과 강요 혐의가 적용됐다. 이어 여 상무와 수시로 통화하고 조사 내용을 누설한 국토부 김 모 조사관을 체포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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