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박대통령이 유신, 군부독재 시절의 잔재로 볼 수 있는 국기강하식 장면을 "애국심의 산물'로 미화해 네티즌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은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핵심국정과제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모두 발언에서 "애국가에도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사랑하세' 이런 가사가 있지 않느냐"며 "즐거우나 괴로우나 나라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최근에 돌풍을 일으키는 영화에도 보니까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애국가가 퍼지니까 국기 배례를 하더라"라며 "그렇게 해야 나라라는 소중한 공동체가 건전하게 어떤 역경 속에서도 발전해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영화는 최근 개봉한 영화 '국제시장'이다. 이 영화에서 주연인 덕수(황정민 분)와 그의 아내 영자(김윤진 분)이 부부싸움 도중 애국가가 흘러나오자 가슴에 손을 얹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네티즌은 이 장면이 박 대통령의 시각대로 풀이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반응이다. 영화 속에서 부부가 싸웠던 이유는 남편이 가게를 지키기 위한 돈을 마련코자 월남전에 참전하려 했기 때문이다.
즉 두 사람이 다툰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며 이후 이어지는 국기강하식 장면은 관객의 실소를 터뜨리게 하는 일종의 조크에 가깝다. 부부의 나라에 대한 충정이 강해서 나온 행위라기보단 당시 정부의 규제로 인한 반사적이고 반강제적인 동작일 뿐이라는 것.
한편 국기강하식은 1978년 10월부터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됐으나 "군부독재시절을 떠올리게 한다"는 국민 여론을 반영해 1989년 1월 폐지됐다.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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