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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예방의 원칙과 환경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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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예방의 원칙과 환경정책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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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의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은 어떤 행위나 정책이 사회나 환경에 해를 끼칠지 모른다는 의심이 있을 경우에 유해성이 없다는 과학적 합의가 없으면 무해함을 증명할 책임이 그런 행위나 정책을 취하는 편에 있다는 위험 관리 원칙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어떤 행위나 정책이 사회나 환경에 피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면 비록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그런 피해를 막을 조치를 취하는 게 정당하다는 원칙이다.


위험을 미연에 막는 게 좋다는 사고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우리 속담,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중국의 고사성어, 그리고 '1온스의 예방은 1파운드의 사후책과 같다'와 같은 서양 속담 모두가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원칙에 대해 학문적 정의가 구체화되고 국제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계기는 1992년 브라질 리우 선언이었다.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가 환경과 개발에 관한 기본 원칙을 천명한 이 선언의 15조를 보면, "환경을 보호하기 위하여 각국은 각자의 역량에 따라 예방적 접근을 광범위하게 적용해야 한다. 심각하고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위험이 존재하는 경우, 과학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환경 악화를 막을 비용효과적 조치를 미루어서는 안 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2000년 유럽위원회는 "환경정책이 예방의 원칙에 기초해 예방적 행위가 취해져야 하고, 환경 피해는 우선적으로 발생지에서 해결되어야 하며, 오염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밝혀 예방의 원칙이 유럽연합(EU) 환경정책의 기본임을 분명히 했고, 2001년 12월 뉴욕타임스는 예방의 원칙을 "올해의 가장 영향력 있는 아이디어"라고 추켜세웠다.

이후 이 원칙을 법제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게 되는데, 2003년 샌프란시스코 지방정부는 이 원칙을 모든 환경 정책의 기초로 삼겠다고 발표했고, 2006년 EU는 이 원칙을 제품 안전, 유전자 변형 식품(GMO), 폐기물 소각 등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처럼 예방의 원칙은 특히 영향이 미치는 범위가 넓고, 비가역적(irrevocable)이며 보건 위생에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는 환경과 안전 분야의 정책을 수립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특히 인과관계의 규명은 어렵지만 현실적으로 인간의 건강 이상이 빈번해지는 경우 예방의 원칙을 도입할 필요성이 그만큼 절실해진다. 예를 들어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이 예방의 원칙을 도입해야 할 대표적인 문제일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 원칙을 도입할 필요가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한반도의 기후변화 속도가 유례 없이 빠르기 때문이다. 평균 기온은 지난 100년간 (1911~2010) 1.8℃가 올라 세계 평균 기온 상승 0.89℃의 두 배가 넘고, 말라리아 감염자의 수는 2004년 826명에서 2007년 2192명으로 3배 가까이 늘고, 쯔쯔가무시병 환자도 2003년 1415명에서 2007년 5981명으로 4배 정도 늘고 있다. 더구나 금세기 후반이 되면 한반도의 기온이 5.3℃나 올라 온도 상승 속도가 3배 정도 빨라지고 폭염은 4배, 열대야는 14배나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핸드폰 같은 새로운 기술에서 생길 수 있는 건강 문제나 외국에서 들어오는 농수산물, 일본에서 수입되는 방사능에 오염된 고철 등 우리의 건강과 환경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문제가 매일같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일차적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고, 예방의 원칙은 그럴 만한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에 국민들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할 정부의 사회적 책임이다. 정부는 규제를 푸는 데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예방의 원칙을 환경 정책의 근간으로 수용하고 국민의 건강과 지구 환경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환경 규제는 오히려 강화하는 게 옳을 것이다. 하루빨리 이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예방의 원칙을 근간으로 하는 환경정책이 제도화되기를 기대한다.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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