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면서 흑인 인권운동가였던 넬슨 만델라가 남긴 수많은 명언 중에 "무엇이든 되기 전까지는 다 불가능해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불과 100년 전에만 해도 흑인은 백인보다 열등한 존재로 여겨졌던 미국 땅에서 지금은 흑인 대통령이 선출되고 남자와 여자에 대한 역할구분이 명확하던 우리나라에서 여성 대통령이 선출되는, 이러한 시대에 살고 있음을 생각해보면 그의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해외건설시장에서 거두고 있는 최근의 놀라운 성과를 1965년에는 어떻게 보았을까. 우리 건설사가 해외시장에 첫 진출했던 당시에는 실현 불가능한 꿈이자 소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불가능할 것만 같던 그 꿈은 이미 현실이 되었고 지금은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우리나라 해외건설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연평균 약 595억달러에 이르는 수주를 달성해 수출 주력산업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수주 누계로는 2015년 중반이면 7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국내 기업의 해외매출 규모는 2006년 이후 상승세를 지속해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414억달러와 424억달러로 시장점유율 6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2011년에는 중동지역에서 20%를 웃도는 점유율을 기록해 미국과 중국 등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으며 이후 2013년까지 1위를 유지했다. 이러한 놀라운 성과는 국내 건설시장의 부진에 따라 새로운 시장 개척이 필요한 국내 건설기업들의 진출확대 노력과 높은 기술력, 그리고 체계적이고 다양한 정부의 지원정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해외건설의 성과 이면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우선 연간 600억달러에 이르는 수주 실적의 대부분이 중동과 플랜트 공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점이다. 지난해 아시아 지역에서 대형 프로젝트 수주로 인해 중동과 플랜트 비중이 일시적으로 감소하면서 시장 다변화와 공종 다각화를 위한 노력의 결실이 맺어진 듯싶었지만 그것은 착각에 불과했다.
또한 연간 전체 수주의 60% 이상을 국내 상위 10대 건설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반면에 중소 건설기업의 수주는 최근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처럼 일부 공종과 시장에 집중된 그리고 일부 기업들의 실적에 따라 전체 수주 규모가 결정되는 문제는 해외 건설시장으로의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지만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두 번째, 최근 급락하는 국제 유가 등 불안정한 세계경제 상황에 대한 대응 전략 부재는 수주 경쟁력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 주력시장인 중동 국가들은 배럴당 유가가 60달러 이하로 급락하면서 당장 재정적자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석유산업 기반의 중동 국가들에 유가 하락은 투자 감소를 유인하고 이는 곧 국내 건설기업의 수주 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예상할 수 있다.
끝으로 지난해 몇몇 건설기업들이 대규모 적자를 발표하면서 불거진 무리한 저가 수주와 공사원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논란은 최근 기업 간 공동 수주 확대에도 불구하고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국내 건설경기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해외 건설시장으로의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 버렸다.
하지만 급변하는 시장환경 속에서 근원적인 수주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의 성과는 과거의 기억으로만 남게 될 것이다. 때문에 우리 해외건설의 역량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바탕으로 부족한 분야에 대해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확대하고, 기업들은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올해만 혹은 내년만 하고 끝낼 시장이 아니기에 너와 내가 아닌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말이다.
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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