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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소비자 혁명의 시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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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소비자 혁명의 시작인가? 최성범 우석대 신문방송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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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 최대 쇼핑업계 할인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수만여 명의 해외 직접구매 고객(직구족)들이 아마존ㆍ베스트바이 등의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해 국내보다 훨씬 싼 가격에 파는 물건들을 구입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중 4만여 건이었던 구매 건수가 올해는 8만여 건에 달한다고 한다. 올 한 해 직구 규모는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2018년이면 8조원에 달하고 10조원을 넘어서는 것도 시간문제다.


최근 들어서 지하철역 주변에서 성업하고 있는 수입과자 전문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그동안 수입과자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구석 코너 또는 상가 지하에 자리잡고 있던 수입식품점에 머물러 있었으나 이제 세련된 인테리어와 다양한 제품으로 일반 소비자들의 곁으로 다가 왔다. 대형마트들도 수입과자 코너를 늘리는 추세다. 질소과자 파동 이후 국산과자에 대한 불신감이 늘어난 데다 국내 제과업체들이 잇따라 과자 값을 인상함에 따른 소비자들의 반발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불요불급한 소비재의 상징이라며 수입과자에 대해 국민들이 질타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이 뿐만이 아니다. 자동차의 경우에도 소비자들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1988년 수입차 완전개방 이후 10%를 돌파하는 데 한참이 걸렸다. 비싼 가격, 애프터서비스(AS) 애로, 정서적인 거부감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결과 25년 만인 2012년에야 처음으로 돌파했다. 그러나 그 이후 추세는 가팔라져 2014년 11월엔 수입차 비중이 무려 14%에 달해 그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는 추세다.


이러한 여러 가지 동향은 소비자들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말해준다.

사실 다른 분야에 비해 소비 분야는 글로벌화와 디지털화의 영향을 적게 받은 분야다. 유통구조라는 장벽이 놓여 있는 데다 소비자들로선 실물이 중요하다는 특성 때문이다. 또한 가급적 국산을 애용해야 한다는 보이지 않은 애국심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직구 열풍이 보여주듯 최근 들어서 도처에서 소비자들의 심상치 않은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일단 불황 속에 착한 가격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게 주요 요인으로서 일시적 현상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일시적 현상이 결코 아님을 알 수 있다. 우선 소비자들이 쇼핑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과거와는 판이하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기업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고 국내 소비자들을 '호갱'으로 여긴다는 반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알뜰 소비를 넘어 기업의 호갱이 되기를 거부하는 분위기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섣부른 애국주의는 설 땅이 없다.


극심한 내수불황 속에서도 아마존, 이케아 등 파괴자로 알려진 유통 거인들이 국내 상륙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소비자들의 변화를 알아차렸기 때문이 아닐까?


게다가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정보력을 갖춘 스마트한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 결정적인 변화다. 이른바 정보의 비대칭성이 완화된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론의 권위자인 클레이서키는 "SNS로 소비자들의 조직화가 쉬워져서 새로운 소비자 집단이 등장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깨어있는 소비자들이 조직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모든 면에서 예전의 소비자가 아니다. 소비자들은 깐깐하고 냉정해졌으며 정보력과 조직력까지 갖췄다. 반면 국내 기업들이 이러한 변화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자 소비자들이 갖고 있던 불만이 이번에 수면 위로 드러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주도하는 변화라는 점에서 유통과 소비에 미치는 충격은 크고도 깊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혁명, 유통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고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들로선 지금의 소비자들이 예전의 소비자들이 아님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기업 전반에 걸쳐 소비자와 관련된 활동들을 점검해 봐야 한다. 게을리 할 경우 중국산에게 해외시장을 잠식당하기 시작하고 국내시장마저 다 뺏기지 말란 법이 없다. 힘들어도 꼭 해야만 하는 일이며, 위기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최성범 우석대 신문방송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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