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현재 중학교 3학년 재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2018년 부터 수능 영어영역에 절대평가가 도입된다. 등급·표준점수·백분위로 기재돼 온 수능영어 성적도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등급만 표시된다. 이 같은 수능 영어 절대평가 방식에 대해 교육계는 그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수학 등 다른 과목으로의 경쟁 과열, 이른바 '풍선효과'를 우려했다. 또한 궁극적으로 현재 수능 중심의 학교교육을 정상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25일 교육부는 2018학년도 수능부터 영어영역에 절대평가를 도입한다고 발표, "무의미한 경쟁과 학습 부담을 경감시켜 의사소통 중심의 수업 활성화 등 학교 영어교육이 정상화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며 "단순히 수능영어 문항을 쉽게 출제한다는 의미가 아니며, 학생들이 필요한 수준의 영어 능력을 갖추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능 영어 성적의 등급 분할 방식을 어떻게 할지는 중장기 수능 운영 방안과 연계해 내년 상반기 이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2017학년도 수능의 필수 과목인 한국사에 적용될 계획인 '9등급' 또는 '4~5등급'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번 발표에 대해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일단 "수능 영어영역 절대평가 도입을 환영한다"면서도 "추가적으로 영어 관련 대학별고사와 특기자전형을 엄격히 규제해야 하고, 수학 등 다른 과목의 수능 절대평가를 포함한 대입 전형 개선에 대한 큰 그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영어 사교육비 유발을 줄인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단지 영어과목만 절대평가로 전환한다고 해서 학교교육 정상화를 이루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영어 절대평가 도입에 따라 영어 이외의 국어, 수학, 탐구 등으로의 경쟁 유발 등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한편 한 문제로 등급이 나눠지는 수능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교총은 "학교 교육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5지 선다형인 일회성 표준화테스트인 수능을 국가기초학력평가로 전환하고, 내신의 공신력 확보를 위한 학교 교육과정 제도개선 등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입시업체 전문가들 역시 비슷한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나섰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수능 영향력을 감소시키고, 학생들의 영어 학습에 대한 학습 부담감을 줄인다는 취지 자체는 바람직하다"면서도 "그러나 영어 외에 다른 과목에 대한 학습 부담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크고, 수능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면 공교육에서의 내신 및 비교과 경쟁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웨이중앙교육 관계자도 "다른 영역의 사교육이 증가되는 ‘풍선 효과’를 피하기는 어렵다. 고등부 수학 사교육 시장은 현재보다 더욱 활성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 같은 '풍선효과' 우려에 대해 "수능 관련 사교육은 난이도가 불안정함에 따른 불안감에서 촉발되는 경우가 많은데, 난이도 안정화 방안을 개선위원회 논의 등을 거쳐 내년 3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라며 "국어와 수학 등 다른 수능 과목도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학교교육을 통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출제해 학생?학부모의 불안과 혼란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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