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2015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대대적인 사회구조개혁의 추진을 선언했다. 내년 역점을 두겠다고 밝힌 공공과 금융, 노동, 교육 등 4대 분야의 구조개혁은 역대 정부에서 번번이 외쳤지만 그때마다 실패를 되풀이한 난제 중의 난제다. 과거와 다른 점에 있다면 청와대나 총리, 주무부처 장관 대신에 정치인 출신의 실세 경제부총리가 총대를 멘 것이다.
구조개혁은 말하긴 쉬워도 개혁을 공론화하고 이견을 조정하고 최종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지난한 과정이다. 공론화의 참여를 강제할 수도 없고 예산안처럼 기한을 정해놓을 수도 없다. 정했다고 해도 판을 깨면 그만이다. 그래서 실천력이 중요하다. 4대 분야의 상황이 다르다 보니 접근방식도 달라야 한다.
노동개혁은 고용과 해고를 쉽게 하자는 것이다. 개혁의 타깃이 된 정규직 노동자가 반길 리 없다. 그간 해고가 잦은 비정규직 노동자로선 반길 만하다. 사업주로서도 해고자유화가 높아지면 좋다. 정규직의 밥그릇을 빼앗아 비정규직과 나누겠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더 내고 덜 받는 공무원연금개혁도 결국 정부와 여당의 강행의지가 먹히지 않고 대타협기구로 넘어간 전례를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파이를 키워 키워진 파이를 비정규직이 좀 더 가져가게 해야 한다. 정부가 경제를 살리고 가계소득을 올리고 사업주가 이익을 임금과 배당에 더 써야 한다.
여기서 최 부총리의 역할이 크다.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로서 예산과 세제, 규제라는 세 개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 재벌개혁도 같이 나와줘야 노동자가 움직이고 국민이 수긍한다.
금융개혁은 규제개혁이다. 돈맥경화가 일어나는 원인을 찾아 숨통을 터주면 된다. 관(官)주도가 가능하나 관치(官治)와 자율의 외줄타기를 잘 해야 한다. 교육개혁은 숙적(宿敵)과의 싸움이다. 교육제도하나 건드리는 데에만도 학생, 교사, 학부모 뿐만 아니라 교육공무원, 교육감, 사학재단, 학원재벌, 교육단체, 정치권과 지자체 등이 달라붙어 서로의 목소리를 낸다. 이해관계가 다 다르다. 그나마 가장 쉬운 게 공공부문 개혁이다. 국민적 지지를 쉽게 받아 개혁의 동력을 얻기 쉬워서다.
아쉬운 점은 정부가 '내년이 골든타임'이라는 카드를 미리 꺼내놨다는 것이다. 선거가 없어서 개혁의 적기라는 말은 뒤집어보면 내년을 버티면 개혁이 어려워진다는 말이 된다. 정부는 다급하고 개혁저항세력은 느긋해질 수밖에 없다. 구조개혁과 선거는 무관하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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