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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어차피 올거니까"…혁신入住 애먹이는 지자체의 '갑(甲)'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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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빅시리즈<14>지역 냉대에 홍역앓는 이전 공기관


[혁신도시]"어차피 올거니까"…혁신入住 애먹이는 지자체의 '갑(甲)'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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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이전 부지 매각 비협조적
해양과학기술원 사업비 부족…부산 新청사 공사 시작도 못해

[아시아경제 특별취재팀]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부산혁신도시 이전을 반대한다. 막대한 이전 비용이 들뿐 아니라 부산에 있는 여러 해양연구기관과 업무중복이 발생한다."(제종길 안산시장)


"안산시장의 이전 반대로 난관에 빠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부산 이전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서병수 부산시장)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두고 지방자치단체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부산시와 안산시의 얘기다. 해양과학기술원은 2005년 6월 공공기관 지방이전계획에 따라 현재 위치한 안산시 사동에서 부산혁신도시 동삼지구로 이전이 결정됐다. 동삼지구에 이전하는 해양과학기술원을 비롯해 해양수산개발원, 해양조사원, 수산물품질관리원 등과 해양ㆍ수산 관련 유관기관들 간 클러스터를 구축,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해양과학기술원은 부산 동삼지구의 15만9634㎡ 땅을 확보했다. 이곳에 총 사업비 1206억원을 들여 지하 1층~지상 9층 규모의 청사를 신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13년 9월 청사 신축 허가를 받아 연약지반 보강공사를 끝냈다. 그러나 지금껏 건축공사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 안산에 소재한 사옥을 매각하지 못해 사업비가 부족한 때문이다. 관련업계에선 해양과학기술원의 종전부동산 매각부진이 안산시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해양과학기술원의 안산시 땅은 연구시설인 데다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가 정해져 있다. '국토계획법' 시행령의 해석으로 보자면 저층주택을 중심으로 편리한 주거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필요한 지역인 셈이다. 이 경우 용적률 200% 이하, 건폐율 60% 이하로 제한된다. 이렇게 되면 아파트를 지을 수 없게돼 땅의 활용도가 떨어진다. 당연히 땅값을 높게 받을 수 없다. 매각가격을 987억원에서 917억원으로 낮춘 이후에도 매각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지금까지 18차례나 매각시도를 했으나 번번이 유찰됐다.


정부와 해양과학기술원은 땅의 용도를 2ㆍ3종 일반주거 지역으로 변경해 달라고 안산시에 협조 요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용도변경 권한을 쥔 안산시가 난개발과 지역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서다. 이에 부산시와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가 해양과학기술원 부지를 매입하는 방안과 청사 신축에 드는 비용의 대출 이자를 보전해주는 방안 등을 검토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양시가 국토연구원 땅을 용도변경해주며 지방이전을 적극적으로 도와준 사례와는 전혀 딴판이다.


김천시, 가족동반이주 감소 우려…공기관 기숙사 건축 허가 안 내줘
'다른 도시로 가든지' 막무가내 대응


지방으로 이전해가는 공공기관의 발목을 잡는 사례는 더 있다. 허가를 내주지 않거나 업무처리에 늑장을 부리는 방식이 동원된다. 한국도로공사는 혁신도시 이전을 앞두고 100실 규모의 기숙사 신축을 추진하다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내부 설문 조사 결과 100실로는 직원을 충분히 수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총 200실의 기숙사를 짓기로 했다. 하지만 뜻밖의 변수에 부딪혔다. 김천시가 기숙사 신축공사 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이다. 도로공사는 김천시에 주택 물량이 여의치 않다는 현실적인 이유를 설명하며 김천시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허가를 내줄 수 없으니 구미로 가든 대구로 가든 마음대로 하라"는 게 전부였다.


김천시는 기숙사를 많이 지을 경우 가족들과 동반이주하는 사례가 줄어들 수 있고, 이로인해 혁신도시 조성의 취지가 퇴색될 것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혁신도시 안에 기숙사를 지을 경우 주변 주택시장으로 공공기관 이전 효과가 퍼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 때문에 기숙사 신축허가를 내주지 않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결국 도로공사는 인근 지자체로 눈을 돌렸다. 김천시와 인접한 구미시의 추천으로 한 대기업이 기숙사로 사용하던 건물을 매입했다. 당초 신축하려던 가격의 절반에 불과해 예산을 절감했다. 하지만 직원들로서는 적잖이 불편한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됐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국가의 정책에 따라 혁신도시로 이전했으니 해당 지자체와 협력하고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혁신도시 안에 기숙사를 짓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울산시, 버스회사 수익 떨어진다고 KTX역 오가는 셔틀버스 내년 중단
주말 서울 가는 기러기들 교통 불편


당장 눈앞의 이익 때문에 이전한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편의를 외면하는 지자체도 있다. 지난 3월 울산혁신도시로 이전한 근로복지공단은 버스로 30~40분 거리에 있는 KTX울산역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없애야 한다. 공단은 울산역 이용이 많은 금요일 오후와 월요일 오전에 총 4대의 버스를 투입, 운행해 왔다. 혁신도시와 울산역을 오가는 버스노선이 1대 뿐인데 이전하는 공공기관이 늘면서 직원들이 불편을 호소한 데 따른 조치였다.


그런데 공단은 최근 버스를 3대로 줄인데 이어 내년부터는 운행을 중단할 예정이다. 지역 버스회사가 수익률 저하를 이유로 민원을 제기하자, 울산시에서 공단에 셔틀버스 운행 중지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지자체와 불편한 관계를 만들지 않으려는 공단은 울산시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었다. 공단 관계자는 "승객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버스를 타기 힘들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이전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정주여건 조성과 이전 기관 종사자들에 대한 지원이 본격화해야 하는 시점이지만, 정작 혁신도시를 지원하는 지자체의 관련 조직은 축소되는 실정이다. 부산시는 지난 7월 조직개편을 하면서 혁신도시 조성과 공공기관 이전 지원 등 관련 업무를 총괄해온 혁신도시지원단을 없앴다. 이로인해 정책기획실 산하의 대외협력담당관실에서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나 인원은 절반으로 줄어든 상태다. 부산시 관계자는 "기반시설 조성이 마무리되면서 시가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고 조직개편 이유를 설명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업무의 집중도가 떨어지면서 중앙과 지자체 간 유기적인 정책 공조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부지 조성 등 기본적인 일들은 모두 마무리됐지만 숙제는 너무 많이 남아있다"면서 "아직 협의할 일이 많은데 지자체에 총괄부서가 없어지면서 업무 조율에 어려움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꾀하겠다며 밀어붙인 국가정책에 맞춰 이전해가는 공공기관의 입장에서 필요한 서비스가 한 두가지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못내 아쉽다는 목소리가 많다.


전문가들은 지자체들이 혁신도시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공공기관을 '어차피 옮겨와야 하는 기관'으로 등한시한 탓에 적극적인 행정서비스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혁신도시는 전국의 균형발전뿐 아니라 지역 내 균형발전을 고려해 입지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김진범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혁신도시가 특정 기초지자체에 위치해 있지만 광역지자체를 대표하는 의미를 가진다"면서 "지자체들은 당장 작은 이익에 매달리기보다 인근 지역 파급효과까지 고려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김민진 차장(팀장)·고형광·오현길·조민서·이창환·박혜정·이민찬·윤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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