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정보통신기술(ICT)와 금융의 융합산업인 핀테크(FINTECH)가 각광받고 있다. 핀테크는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로, 금융과 ICT의 결합을 통해 새롭게 등장한 산업 및 서비스분야를 통칭하는 용어다.
박대현 한국인터넷진흥원 정책기획팀 선임연구원은 22일 '산업간 융합 관점에서 본 핀테크의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핀테크의 등장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산업 간 융합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존의 산업 간 융합은 개별 산업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ICT의 기술적 편리성만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핀테크의 경우 금융 산업의 본질을 좌우하는 서비스를 ICT가 직접 다루게 된다는 점에서 기존의 산업 융합과 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뢰성 떨어진 은행서비스…핀테크로 계좌 이전=보고서에 따르면 금융 산업은 사용자 접점이 많은 대표적인 서비스 상품으로, 광범위한 네트워크와 다양한 소비자 중심 서비스를 통해 외부 위협이 적은 안정적인 서비스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최근 발달하고 있는 핀테크 ICT는 소비자 접점의 최 일선에서 기민하게 움직여 왔던 서비스 경쟁력을 바탕으로 금융 산업의 기반인 소비자를 단 기간 내에 잠식해 가고 있다.
이른바'코어 뱅킹(Core Banking)'이라 불리는 기존 금융권의 서비스는 계좌 이체, 대출 등 은행서비스를 보안이 확보된 금융 통합 전산망을 통해 거래한다는 개념이었으나, 핀테크 서비스가 기존 송금, 결제, 대출 등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코어 뱅킹의 개념도 점차 약화되는 추세다.
박 연구원은 "기존 은행 서비스를 신뢰하지 않는 소비자의 등장이 이같은 배경의 원인"이라며 "은행 서비스의 강점인 신뢰성과 자산 안정성은 계속된 경기 침체를 계기로 장점이 퇴색하는 추세이고 소비자는 보다 높은 이율과 신속한 업무 처리가 가능한 핀테크 기업으로 금융 계좌를 이전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은 안전한 금융 전문 기관을 통해야 한다'는 기존 고정관념이 바뀌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으며, 금융권을 벗어난 금융 거래의 보편화로 경제적, 사회적인 변동이 커질 가능성도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금융과 기술이 결합한 핀테크가 활성화되면서 국내에서도 핀테크 도입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서 금융 관련 규제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카카오 그룹 등 ICT 플랫폼을 중심으로 결제 및 송금 분야의 핀테크 서비스가 출시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PG(결제대행) 사업자 허가가 있는 LG CNS의 엠페이를 바탕으로 한 만큼 직접적인 결제 시장 진출로 보기 힘들 수도 있지만, 향후 금융 당국의 규제완화 시 ICT기업의 단독 시장 진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규제 완화와 수익성 검증 여부에 따라 독자적인 핀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난립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민간 주도의 핀테크 포럼이 발족함에 따라 기업 간 서비스 융합이 점차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산업 활성화 위해 규제 유연성 시급=보고서에서는 핀테크 산업이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선행돼야 할 점이 제시됐다.
금융권의 규제중심 정책 개선과 ICT 분야의 유연성 강화가 분야 간 융합을 위한 물리적 선행 조건이라면, 분야 간 융합 현상을 인정하고 금융계와 ICT 산업계가 힘을 합쳐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고민하고 출시하는 것이 융합을 위한 실질적 선행 조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금융 거래의 핵심인보안성 확보를 기존 금융권이 아닌 핀테크 업계에서 수행할 수 있는가 하는 점도 초기 핀테크 정착의 주요 지표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선임연구원은 "ICT와 타 분야 간 융합은 점차 규모와 파급력이 확대되는 추세"라며 "성공적인 융합을 위해서는 융합 당사자 간의 이해 조정과 더불어, 현재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을 정확히 파악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각 산업별 이해관계에 매몰돼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성을 인지하고 과감하게 분야 간 융합을 추진하는 것이 핀테크 육성과 산업융합을 달성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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