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공격수 후보 다섯 명 중 유일하게 선발, 대표팀이 찾던 타깃형 스트라이커…오는 27일 호주로 출국 내년 1월 10일 오만과 1차전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60·독일)은 '굶주린 사냥꾼'을 뽑았다. 상주 상무의 공격수 이정협(23)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22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내년 1월(9~31일) 호주에서 열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출전할 대표선수 스물세 명을 발표했다. 이정협은 공격수 부문에 이근호(29·엘 자이시), 조영철(25·카타르SC)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동국(35·전북), 김신욱(26·울산), 박주영(29·알 샤밥) 등을 대체할 원톱 후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이 국가대표 경기 출전 경험이 없고, 소속팀에서도 후보로 뛰었지만 K리그와 제주 전지훈련을 통해 유심히 관찰했다. 그동안 찾던 전형적인 타깃형 스트라이커다. 전방에서 충분히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이정협은 이달 15~21일까지 제주 서귀포에서 진행한 대표팀 전지훈련을 통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주축 선수들이 부상과 경기력 저하로 아시안컵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새내기 공격수 다섯 명을 선발해 기량을 점검했다. 이정협은 강수일(27·포항), 이용재(23·나가사키), 이종호(22·전남), 황의조(22·성남) 등 경쟁자들을 이겨내고 눈도장을 받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일주일 동안 훈련하며 슈틸리케 감독이 강조한 열정 있는 모습은 물론 전방에서 공을 간수하고 수비수와 공중 볼을 다투는 타깃형 스트라이커로서 가능성을 보였다. 백호팀과 청룡팀으로 나눠 21일 진행한 자체 친선경기(2-2 무)에서는 백호팀의 최전방 공격수로 나가 전반 19분 선제골을 넣었다. 이재성(22·전북)의 슈팅이 상대 수비수 장현수(23·광저우 부리)의 발을 맞고 떠오르자 벌칙구역 왼쪽에서 헤딩슛으로 그물을 흔들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0일 제주 전지훈련에 대한 계획을 설명하면서 "이정협이 K리그 클래식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다섯 차례 정도 지켜봤다. 주전은 아니지만 경기당 20~25분을 뛰면서 매우 흥미로운 움직임을 보여줬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출전 시간은 길지 않으나 그라운드에 투입되면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카드라는 뜻이다. 그는 지난해 부산에서 프로에 데뷔한 뒤 스물일곱 경기에 나와 두 골과 도움 두 개를 기록했고, 올 시즌에는 상주 소속으로 스물다섯 경기를 뛰며 네 골을 넣었다. 더 큰 선수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로 지난 1월 이름(본명 이정기)까지 바꾼 뒤 생애 첫 국가대표와 아시안컵 출전을 이루며 단숨에 대표팀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정성룡(29·수원), 김진현(27·세레소 오사카), 김승규(24·울산), 이범영(25·부산)을 비롯해 대기명단에 있던 권순태(30·전북)와 신화용(31·포항)까지 여섯 명이 경쟁한 골키퍼 부문에서는 정성룡, 김진현, 김승규가 호주행 티켓을 따냈다. 기성용(25·스완지시티)과 손흥민(22·레버쿠젠)이 주축이 된 미드필더는 잉글랜드와 독일 등 유럽에서 뛰는 선수가 네 명, 중동 소속이 세 명, 나머지 두 명은 일본 J리그와 K리거로 채웠다. 아시안컵을 끝으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차두리(34·FC서울)는 최고참으로 오른쪽 측면 수비수 자리에 뽑혔다.
대표팀은 오는 27일 베이스캠프가 있는 호주 시드니로 출국한다. 영국에서 뛰는 선수들은 29~30일 시드니로 합류한다. 내년 1월 4일 오후 6시(한국시간)에는 시드니에 위치한 퍼텍 스타디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친선경기를 하고 6일 캔버라로 이동한다. 한국은 오만, 쿠웨이트, 개최국 호주와 함께 아시안컵 A조에서 예선 경기를 한다. 대회 1차전은 내년 1월 10일 오후 2시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오만과 한다. 2차전 상대인 쿠웨이트와는 1월 13일 오후 4시 같은 장소에서 맞붙는다. 호주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은 1월 17일 오후 6시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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