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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 현실을 반영한 법 적용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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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기업들의 경영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판결, 그때 그때 다른 판결로 인해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영판례연구회는 10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 같이 밝혔다. 경영판례연구회는 전삼현 회장(숭실대 교수)을 중심으로 총 6명의 연구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법원 판례 중 기업 경영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판결을 판례평석해 개선 의견을 제안해오고 있다.

이날 경영판례연구회에서는 법원은 일관성 있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제공해야 하는 것은 물론,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행정부의 유권해석을 바로 잡고, 범죄 행위에 대해 법조항대로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업들의 경영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상황마다 다른 판결로 인해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발제자인 전삼현 숭실대 교수는 '행정지도로 인한 라면값 인상에 관한 정보교환의 위법성' 주제발표에서 행정지도로 인한 기업 가격담합의 처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공정거래법에서는 행정지도가 부당한 공동행위의 원인이 되더라도 부당한 공동행위는 원칙적으로 위법하고 다만, 그 부당한 공동행위가 법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한하여 법 적용이 제외된다고 정하고 있다


전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 정부의 행정지도는 실질적으로 규제와 같이 작용하기 때문에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기업은 담합행위라는 이유로 법적 분쟁에 휘말리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실질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행정지도에 대해 상법상의 업무집행 지시자에 대한 책임과 유사한 규정을 신설하고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사업자가 면책되거나 책임을 감경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둬 행정지도로부터 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일례로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하여 라면 가격과 같이 일반 국민의 생활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제품의 가격 결정에 개입해오고 있다. 정부는 라면회사들과 함께 '라면거래질서 정상화협의회'를 개최하여 라면 가격 인상률을 협의하였다. 라면회사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였고, 라면회사들의 가격인상률은 동일한 수준으로 결정되었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라면회사들의 가격 결정 행위를 두고 '부당한 공정행위'라며 기소하였다. 라면회사들은 정말 담합을 저지른 것일까? 법원은 공정위의 의견을 받아들여 라면회사들을 유죄로 처벌하였다.


두 번째 발제자인 이정민 단국대학교 교수는 '계열사 부당지원과 업무상 배임죄' 주제발표에서 배임죄 구성요건에 있어 '손해'개념에 '손해 발생의 위험'을 포함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됨을 지적했다. 우리나라 법률에서 배임죄는 '손해 발생'을 요구하고 있으나, 법원에서는 손해 발생 없이도 처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배임죄에는 미수범 규정이 있으므로 손해 발생 위험만이 존재하는 경우 배임죄의 미수범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손해 발생의 위험'만으로 배임죄를 묻기 위해서는 입법을 통해 법을 개정하거나 적어도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은 현실적인 재산상의 손해와 동일한 정도의 법익침해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로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검사는 그 '재산상 실해의 위험성'이 '현실화된 재산상 손해'와 동일한 정도에 이르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대기업 CEO인 K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계열사가 도산위기에 이르자 이를 막기 위해 다른 계열사로부터 지급보증을 받는 방법으로 자금을 지원하였다. 경영 정상화 노력 끝에 계열사는 정상화되었고, 계열사에 제공한 지급보증과 자금에 대한 책임이 소멸되어 아무런 손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과연 K에게 업무상배임죄 유죄가 선고되어야 할까? 법원은 K가 '손해발생의 위험'을 초래했다는 이유로 배임죄로 처벌하였다.


세 번째 발제자인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는 '사내하도급 불법파견 판단 기준의 漸入佳境(점입가경)식 전개와 문제' 주제발표에서 최근 연속공정 전체를 파견으로 낙인찍는 것은 자칫 통상임금 소송과 같이 전국적인 불법파견 소송 대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산업안전보건법상 하도급근로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과 정부 사내하도급가이드라인에 맞춘 원청의 배려를 파견 요소로 보는 것은 정부 정책의 불신을 가져올 것이라 했다. 특히 개별공정별로 보지 않고 전체 공정을 통째로 파견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은 산업현장에서 도급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의심스럽게 하여 불법파견 소송을 부추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도급의 전문성, 기술성 등을 요구하는 것은 오늘날 분업과 산업도급체제가 일반화 되어 있는 산업사회에 맞지 않는 것이라 했다. 이상희 교수는 상급심에서는 독일이나 일본 등 해외의 안정적이고 구체적인 사내하도급 불법파견 판단 경향을 고려하는 등 공정별 구체적 심리를 통한 판단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례로 자동차회사 H는 하청근로자들의 고충을 직접 상담ㆍ해결하고 모범사원을 표창하였다. 그리고 하청회사근로자들의 고용과 임금을 보장하는 등 처우개선을 위하여 노력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사내하도급근로자가 실질적으로 H사의 직원임을 주장할 수 있는 요소라고 할 수 있을까? 법원은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H의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은 H사의 직원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는 사실 H가 정부의 '사내하도급근로자 보호 가이드라인'을 준수한 것이었다.


전삼현 교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경영판단이 개입된 사건의 경우에는 사법부의 판단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중요한 시대"라며 "법원이 기업의 경영환경을 고려한 판결을 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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